백신 효과를 계산하는 방법
어떤 병으로 죽은 사람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맞은 사람 가운데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역설처럼 들리고,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롭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까닭을 살펴보자.
인구 10만 명인 도시에 무섭고 악랄한 병 프로비드가 돌고 있다고 하자. 과학자와 연구자들은 이 병을 막는 백신을 개발했고, 이 백신을 주민 일부에게 접종했다. 그런데 자료를 보니 프로비드로 죽은 사람이 접종자 가운데 1,000명, 미접종자 가운데 1,000명이었다.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똑같이 죽는다면 백신은 효과가 없는 것 아닐까? 백신은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지금 가진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 프로비드로 죽은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수만 알아서는 부족하다. 실제로 몇 명이 백신을 맞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자동차를 타는 것과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사망자 수는 분명하다.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려다 죽은 사람은 수백 명이다. 자동차로 죽는 사람은 100만 명이 넘는다. 그것도 해마다. 그러니 굴러다니는 관에 올라타는 것보다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쯤 되면 누구나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다. 실제로는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이 자동차를 모는 것보다 안전하지 않다. 수에 속은 까닭은 에베레스트산에 오른 사람은 수천 명이지만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수십억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가상의 도시에서도 몇 명이 백신을 맞았는지 고려해야 한다. 몇 가지 경우를 따져 보자.
- 도시에서 1,000명만 접종하고 9만 9,000명은 접종하지 않았다면? 그러면 접종자는 모두 죽은 것이다. 반면 미접종자는 9만 9,000명 가운데 1,000명만 죽었다. 이 경우 백신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로웠다는 뜻이다!
- 반대로 도시에 접종자가 9만 9,000명이고 미접종자가 1,000명뿐이었다면? 그러면 미접종자는 모두 죽었고, 접종자는 9만 9,000명 가운데 1,000명만 죽었다. 백신이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을 눈에 띄게, 그것도 몇 배 이상으로 높여 준다.
- 도시 주민의 절반이 접종하고 나머지 절반은 접종하지 않았다면? 그러면 접종자 5만 명 가운데 1,000명, 미접종자 5만 명 가운데 1,000명이 죽은 것이다. 두 집단 모두 주민의 2%가 죽었으므로 백신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아무 효과가 없다.
백신 효과란 무엇인가
그러면 백신 효과는 어떻게 계산할까? 백신 효과를 백신 덕분에 죽음을 면한 사람의 비율이라고 하자. 예를 들어 미접종자 1,000명이 병으로 죽었는데, 같은 1,000명에게 백신을 접종한 평행 세계에서는 300명만 죽고 700명은 살아남았다고 하자. 이 경우 백신은 1,000명 가운데 700명을 살렸으므로 백신 효과는 70%이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면 효과는 100%이고, 모두 죽었다면 효과는 0%이다.
그런데 한 세계에서는 어떤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다른 세계에서는 같은 사람에게 접종하지 않는, 그런 평행 우주 두 개는 현실에 없다. 따라서 효과는 다른 방법으로 계산해야 한다. 주민 10만 명인 작은 도시로 돌아가자. 빠진 정보를 채워 넣어, 9만 명이 접종했다고 하자. 이런 자료는 현실 세계에서도 모을 수 있다. 백신 효과는 얼마일까? 먼저 각 집단의 사망자 비율, 즉 접종자와 미접종자 가운데 몇 퍼센트가 죽었는지 계산한다.
- 미접종자 1만 명 가운데 1,000명이 죽었으므로 10%이다. 이것을 NL = 10%라고 나타내자(미접종자).
- 접종자 9만 명 가운데 1,000명이 죽었으므로 약 1.11%이다. 이것을 OL = 1.11%라고 나타내자(접종자).
접종자는 1.11%가 죽었고 미접종자는 10%가 죽었다. 백신 효과 U는 다음 식으로 계산한다.
값을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이 백신의 효과는 88.9%이다. 즉 백신이 없었다면 죽었을 사람의 88.9%를 살렸다. 직접 계산해 확인할 수도 있다. 미접종자 집단에서는 10%가 죽었다. 접종한 9만 명도 접종하지 않았다면 똑같이 10%, 즉 9,000명이 죽었을 것이다. 백신 효과가 88.9%이므로 이 9,000명 가운데 88.9%는 백신 덕분에 살아남았다. 9,000명의 88.9%는 8,000명이다. 나머지 11.1%는 그래도 안타깝게 죽었는데, 이것이 처음에 주어진 사망자 1,000명이다.
이 백신은 살아남을 가능성을 훨씬 높여 주지만, 접종했다고 해서 그 병으로 죽지 않는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접종자가 많을수록 접종자 사망자도 많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역설이 생긴다. 효과가 88.9%인 이 백신을 도시 주민 5,000명에게 더 접종한다고 하자. 그러면 접종자는 9만 5,000명, 미접종자는 5,000명뿐이다. 이때 다음이 성립한다.
- 미접종자 5,000명 가운데 10%, 즉 500명이 죽는다.
- 접종자 9만 5,000명 가운데 1.11%, 즉 약 1,055명이 죽는다.
‼️‼️‼️ 충격 ‼️‼️‼️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훨씬 많이 죽는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도시의 접종자는 미접종자의 19배이지만, 접종자 사망자는 미접종자 사망자의 2배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체 사망자 수가 줄었다. 지금은 사망자가 500 + 1055 = 1555명이지만, 앞의 예에서는 1000 + 1000 = 2000명이었다.
여러 가지 백신 효과
백신 효과의 흥미로운 값 몇 가지를 살펴보자.
- OL이 0이고(접종자는 아무도 죽지 않고) 미접종자는 죽을 때 효과는 100%가 된다. 백신 효과는 100%보다 클 수 없다.
- 효과가 0%가 되는 것은 NL = OL일 때(접종자와 미접종자가 같은 비율로 죽을 때)이다. 이는 백신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 효과가 음수가 되는 것은 OL이 NL보다 클 때, 즉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높은 비율로 죽을 때이다. 이 경우 백신은 해롭다.
효과가 83% 정도인 백신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병에 걸렸는데 하필 그 병으로 죽을 운명이었다고 하자. 그래도 백신이 한 번 더 지켜 준다. 주사위를 던져 1부터 5까지 나오면 백신이 목숨을 구해 주고, 6이 나오면 그래도 병으로 죽는다.
집단에 따른 차이에 주의하기
백신 효과를 계산할 때 위의 식을 그냥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식을 쓰려면 그 병이 어떻게 퍼지는지, 접종 전략이 어떤지 아는 것이 좋다. 병은 저마다 다르고, 공격하는 집단도 다르다. 마찬가지로 집단마다 접종률도 다르다. 어떤 병이 여성만 공격한다면 남성의 접종률은 상관없다. 어떤 병이 고령층을 공격한다면 젊은 층의 접종률은 상관없고, 고령층의 접종률을 바탕으로 효과를 계산하는 것이 낫다.
백신이 주는 보호의 종류도 여러 가지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섬뜩하게도 줄곧 죽음만 이야기했지만, 백신이 병에 걸릴 가능성, 병을 남에게 옮길 가능성, 입원이 필요할 가능성을 얼마나 낮추는지(또는 높이는지…)도 백신 효과로 측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