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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관계는 일상에서 쓰는 말 ‘관계’에 해당하는 수학 개념이다. 일상에서 예를 들어 은정과 하은은 관계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이다. 또 다른 관계로 ‘나라와 그 나라의 수도’가 있다. 예를 들어 이집트와 카이로가 그렇다.

관계의 다른 예

예를 몇 가지 더 보자. 처음에 ‘딸의 어머니이다’와 ‘나라의 수도이다’라는 관계를 이야기했다. 다른 것도 보자. ‘짝수이다’라는 관계에는 수 2, 4, 8, 18, 58, 66을 비롯해 많은 수가 들어 있다. 수 1, 3, −7, 19는 ‘짝수이다’라는 관계에 들어 있지 않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관계로 ‘남자이다’가 있다. 민준, 도윤, 준호, 현우는 ‘남자이다’라는 관계에 들어 있다.

‘보다 작다’도 관계의 예이다. 예를 들어 3은 5‘보다 작다’. 수학으로는 3<5라고 쓴다. 같음 관계도 있다. 3은 3과 ‘같다’. 수학으로는 3 = 3이다.

더 복잡한 예도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이의 부모이다’라는 관계에는 세 사람이 함께 들어간다. 아버지 성민, 어머니 미영, 아이 하늘이다. 수학에서는 원소 세 개의 관계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 처음 두 수의 합이 세 번째 수와 같다. 예를 들어 수 3, 4, 7은 이 순서로 이 관계에 들어 있다. 3 + 4 = 7이기 때문이다. 반면 3, 5, 12는 이 관계에 들어 있지 않다. 3 + 5 ≠ 12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항수

항수는 낯설게 들리는 용어이지만, 관계에 원소가 몇 개 들어가는지를 나타낼 뿐이다. 앞의 예에서는 원소의 개수가 저마다 달랐다. ‘남자이다’라는 관계는 원소 하나로 충분했다. “민준은 남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름 하나, 원소 하나면 된다. 이런 관계를 일항관계라고 한다.

다음 예는 ‘보다 작다’라는 관계였다. 이 관계에는 수 두 개, 원소 두 개가 필요했다. 3이 5보다 작다고 말했다. 원소 두 개를 썼으므로 이 관계는 이항관계이다.

마지막 예에서는 원소를 모두 세 개 썼다. 두 수의 합이 세 번째 수와 같아야 했다. 즉 수 a, b, c가 있고 a + b = c가 성립해야 했다. 이 관계는 삼항관계이다.

항수가 더 클 때는 n항 관계라는 말을 쓴다. 항수가 작을 때도 쓸 수 있어서 이항관계를 2항 관계라고 해도 된다. 관계의 원소는 n-순서쌍(순서를 정한 원소의 묶음)으로 쓴다. 이항관계라면 원소를 순서쌍으로 쓰는데, 보통 소괄호를 쓰고 대괄호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3과 5가 ‘보다 작다’라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쓰려면 두 수를 순서쌍 (3, 5) 또는 [3, 5]로 써야 한다. 순서에 주의해야 한다. 거꾸로 하면 성립하지 않는다. (3, 5) ≠ (5, 3)이다. 5는 3보다 작지 않다.

가족의 예

수학적 정의로 들어가기 전에 가족을 이용한 전형적인 예를 하나 더 보자. 한 가족의 구성원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 영수: 친할아버지
  • 민준: 아버지
  • 지혜: 어머니
  • 서연: 딸
  • 지호: 아들

먼저 ‘남자이다’라는 관계에 맞는 가족 구성원을 모두 찾자. 이것은 1항 관계, 즉 일항관계이다. 그래서 관계의 각 원소에는 언제나 원소 하나, 즉 가족 구성원 한 사람만 들어간다. 이제 남자인 가족 구성원을 모두 적으면 된다. 이번에는 순서가 상관없다. 따라서 ‘남자이다’라는 관계의 원소는 {(영수), (민준), (지호)}이다. 일항관계인데도 괄호를 썼다는 점에 주목하자.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괄호가 없어도 읽을 수 있지만, 표기를 맞추려고 괄호를 남겨 두었다. 관계의 원소를 모두 모은 것은 보통의 집합이므로 바깥에는 중괄호를 쓴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모두 찾자. 이것은 보기만 해도 이항관계이므로 결과에는 원소의 순서쌍이 나온다. 결과로 얻는 집합은 {(민준, 지호), (영수, 민준)}이다. 아버지 민준은 아들 지호의 아버지이고, 할아버지 영수는 아버지 민준의 아버지이다. 순서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자. 민준은 두 번 나오는데, 한 번은 첫 번째 자리인 아버지 자리에, 또 한 번은 두 번째 자리인 아들 자리에 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도 보자. 이번에는 원소가 더 많다. 첫 번째 자리에는 아버지든 어머니든 부모 중 누구나 올 수 있고, 두 번째 자리에는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 중 누구나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할아버지 영수는 민준의 부모이지만 지혜의 부모는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민준과 지혜는 둘 다 서연과 지호의 부모이다. 서연과 지호는 아직 열아홉 살과 열세 살이라서 누구의 부모도 아니다. 결과로 얻는 순서쌍의 집합은 {(영수, 민준), (민준, 서연), (민준, 지호), (지혜, 서연), (지혜, 지호)}이다. 민준과 지혜는 둘 다 두 번씩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자. 한 번은 딸 서연의 부모로, 또 한 번은 지호의 부모로 나온다.

이항관계에서 마지막으로 조심할 점이 있다. ‘형제자매와 형제자매’라는 관계를 생각하자. 관계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관계의 결과로 ‘서연과 지호’만 쓰면 틀린다. ‘지호와 서연’은 전혀 다른 순서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결과는 {(서연, 지호), (지호, 서연)}이다.

삼항관계의 짧은 예도 보자. 다음 관계의 순서 세쌍을 모두 쓰시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자식’. 문제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 명씩뿐이지만 자식은 두 명이다. 서연이나 지호 중 한 경우만 쓰면 충분하지 않고, 둘 다 적어야 한다. 마지막이 ‘자식’이 아니라 ‘아들’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바른 결과는 {(영수, 민준, 서연), (영수, 민준, 지호)}이다.

일항관계의 정의

가장 간단한 관계인 일항관계부터 살펴보자. 일항관계는 원소들의 어떤 집합이다. 집합 {2, 3}은 어떤 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5보다 작은 소수이다’라는 관계일 수도 있고, ‘6의 자명하지 않은 약수이다’라는 관계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눈치 빠른 독자는 두 번째 관계가 조금 이상하게 정의되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관계에는 6의 자명하지 않은 약수가 들어 있어야 하는데, 결과로 얻은 집합에는 수 2와 3이 있다. 빠진 것은 없을까? 1과 6은 자명한 약수이므로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음수 −2와 −3도 있어야 한다. 6의 자명하지 않은 약수를 모두 모은 집합은 {−3, −2, 2, 3}이다.

함수에서 정의역을 정하듯이, 관계에서는 바탕 집합, 즉 관계의 원소를 고르는 집합을 정한다. 앞의 예에서는 할아버지 영수가 있는 가족 등을 정했다. 세상의 모든 가족에서 아버지와 자식을 고른 것이 아니다. 바탕 집합으로 자연수의 집합을 정하면 앞의 관계는 문제가 없다.

이제 관계를 정의할 수 있다. 바탕 집합이 자연수의 집합이라면 일항관계에는 어떤 원소가 들어갈 수 있을까? 역시 자연수뿐이다. 자연수 전체일 수도 있고 그 일부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관계는 자연수의 집합의 부분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일반적으로, 일항관계 R과 바탕 집합 M이 있으면 R ⊆ M이 성립한다. 관계 R은 집합 M의 부분집합이다.

이항관계의 정의

이항관계는 어떨까? 이항관계에서 관계 R의 원소는 순서쌍이다. 순서쌍의 각 원소는 서로 다른 집합에서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 수’라는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부모는 사람들의 집합, 예를 들어 유럽에 사는 사람들의 집합에서 고르고, 자녀 수는 0 이상의 정수의 집합에서 고른다.

두 집합에서 가능한 순서쌍을 모두 모은 집합은 어떻게 얻을까? 곱집합을 쓴다. 집합 A = {a, b, c}, B = {1, 2}가 있으면 곱집합은 다음과 같다.

A×B={(a,1),(a,2),(b,1),(b,2),(c,1),(c,2)}

이것은 첫 번째 자리에 집합 A의 원소가, 두 번째 자리에 집합 B의 원소가 오도록 만들 수 있는 순서쌍을 모두 모은 집합이다. 따라서 집합 A와 B 사이의 이항관계 R은 R ⊆ A × B로 정의할 수 있다.

앞의 집합 A와 B를 그대로 두고, 두 집합 사이의 관계 R을 ‘문자와 그 문자의 알파벳 순서’로 정하면 이 관계는 R = {(a, 1), (b, 2)}이다. 문자 c는 들어가지 않는다. 곱집합 A × B에 순서쌍 (c, 3)이 없기 때문이다.

n항 관계의 정의

마지막으로 집합 M1, M2, …, Mn 사이의 일반적인 n항 관계 R을 정의하자.

R⊆M1×M2×…×Mn

즉 관계는 n-순서쌍들로 이루어진 집합의 부분집합이다. 이항관계의 예로 ‘보다 작다’, 즉 <를 들 수 있다. 이 관계는 어떤 수 체계 사이에서, 예를 들어 자연수 사이에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면 관계는 다음과 같다.

<⊆N×N

(기호 <가 이상하게 왼쪽에 있다고 놀라지 말자. 관계의 이름일 뿐이다. 이 자리에 다시 R을 쓰고 R이 ‘보다 작다’라는 관계를 나타낸다고 해도 된다.)

구체적으로 이 관계는 다음과 같다.

<=(1,2),(1,3),(1,4),(1,5),…(2,3),(2,4),(2,5),(2,6),…(3,4),(3,5),(3,6),(3,7),…(4,5),(4,6),(4,7),(4,8),……

첫 번째 자리의 자연수가 두 번째 자리의 자연수보다 작은 순서쌍들의 집합이다.

관계의 표기

관계는 보통 대문자 R, S 등으로 나타내거나 <, ⊆, = 같은 익숙한 기호로 나타낸다. 앞의 정의에서 보듯이 관계는 사실 집합이다. 하긴 수학의 거의 모든 것이 사실은 집합이다 :-). 그래서 원소 r이 관계 R에 속한다는 것을 r ∈ R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1, 3) ∈ <라고 쓰면, 수 1과 3의 순서쌍이 ‘보다 작다’라는 관계에 속한다는 뜻이다. 이항관계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더 편한 표기를 자주 쓴다. 원소 기호 ∈을 쓰는 대신 그냥 1 < 3이라고 쓴다. 마찬가지로 보통은 (5, 5) ∈ =라고 쓰지 않고 5 = 5라고 쓴다.

목차: 관계, 관계의 연산, 이항관계, 집합 위의 이항관계, 동치관계, 순서관계, 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