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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공간

벡터공간은 선형공간이라고도 하며, 몇 가지 성질을 만족해야 하는 원소들의 집합이다. 이 성질 덕분에 벡터라고 부르는 이 집합의 원소들이 ‘얌전하게’ 행동한다.

벡터공간의 예

벡터공간을 정의하기 전에, 고등학교에서 이미 배웠지만 그것이 벡터공간인 줄은 몰랐을 예를 먼저 보자. 바로 평면에서의 보통의 벡터이다.

평면벡터는 a, b ∈ ℝ인 순서쌍 (a, b)이다. 공간 ℝ2(곱집합 ℝ × ℝ을 뜻한다)의 임의의 좌표이다. 이런 벡터는 점 (0, 0)에서 점 (a, b)로 가는 화살표로 나타낼 수 있다. 벡터 (2, 3)은 다음과 같다.

벡터 \left(2, 3\right)

벡터는 규칙 (a, b) + (c, d) = (a + c, b + d)에 따라 더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벡터의 합 (2, 3) + (4, 1)은 벡터 (2 + 4, 3 + 1) = (6, 4)와 같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벡터의 합 \left(2, 3\right) + \left(4, 1\right)

또 벡터의 k배를 구할 수 있다. 여기서 k는 실수이다. k배는 k · (a, b)로 쓴다. 그 결과는 k · (a, b) = (k · a, k · b)로 정의되는 새 벡터이다. 그림에서는 벡터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방향이 바뀐다. 벡터 u = (2, 3)이 있으면 벡터 2 · u, 12u, −1 · u는 다음과 같다.

벡터 u = \left(2, 3\right)의 여러 가지 k배

이렇게 정의한 연산을 가진 모든 벡터의 집합 ℝ2가 벡터공간을 이룬다는 것은 나중에 증명한다. 먼저 벡터공간을 정의하고, 이 벡터공간 ℝ2에서 각 성질을 살펴보자.

벡터공간의 정의

벡터공간(또는 선형공간)은 공집합이 아닌 집합 V이고, 그 원소를 벡터라고 한다. 또 이 집합에는 연산이 두 개 있어야 한다. 벡터의 덧셈, 즉 사상 V × V ⟶ V와 벡터의 실수배, 즉 사상 ℝ × V ⟶ V이다. (더 일반적으로는 실수의 집합 대신 임의의 체를 쓸 수 있는데, 이것은 다음 글에서 다룬다.) 벡터의 덧셈은 기호 +로, 곱셈은 ·로 나타낸다. 이 두 연산은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즉 모든 x, y, z ∈ V와 모든 a, b ∈ ℝ에 대해 다음이 성립해야 한다(벡터 x, y, z는 굵은 글씨로, 수 a, b는 보통 글씨로 썼다는 점에 주목하자).

  1. x + y = y + x: 벡터의 덧셈에 대해 교환법칙이 성립한다. ℝ2의 벡터 예로 돌아가면, 벡터를 (2, 3) + (4, 1)로 더하든 거꾸로 (4, 1) + (2, 3)으로 더하든 상관없다.
  • (x + y) + z = x + (y + z): 벡터의 덧셈에 대해 결합법칙이 성립한다. 이번에도 ℝ2의 벡터를 대입해 보면 성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a · (b · x) = (a · b) · x: 곱셈의 결합법칙이다. 이 예의 벡터에서는 4 · (5 · (6, 7))이 (4 · 5) · (6, 7)과 같다. 두 식 모두 벡터 (20 · 6, 20 · 7)이 된다.
  • a · (x + y) = a · x + a · y: V의 벡터에 대한 분배법칙이다. 이번에도 2 · ((2, 3) + (4, 5))가 2 · (2, 3) + 2 · (4, 5)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식 모두 벡터 (2 · 6, 2 · 8)이 된다.
  • (a + b) · x = a · x + b · x: 수의 덧셈에 대한 분배법칙이다.
  • 1 · x = x: 임의의 벡터에 실수 1을 곱해도 벡터는 바뀌지 않는다. 이 예에서는 1 · (5, 8) = (5, 8)이다.
  • 0 · x = 0인 원소 0 ∈ V가 있다. 굵은 0, 즉 0은 영벡터이고, 굵지 않은 0은 그냥 수 0이다. 이 항목은 임의의 벡터 x ∈ V에 수 0을 곱해서 얻는 벡터가 V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간 ℝ2에서는 벡터 (0, 0)이다. 모든 벡터 (a, b) ∈ ℝ2에 대해 0 · (a, b) = (0, 0)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벡터(선형)공간 V가 만족해야 하는 성질의 전부이다. 벡터에 어떤 실수 a를 곱할 때 이 수 a를 스칼라라고 한다. 그래서 스칼라배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a가 실수이고 x가 벡터일 때 a · x 꼴의 식을 말한다.

덧셈 기호 +의 두 가지 뜻

어떤 식에서는 덧셈 기호 +가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예를 들어 수의 덧셈에 대한 분배법칙에는 등식 (a + b) · x = a · x + b · x가 있다. 좌변의 기호 +는 실수를 더한다. a와 b가 모두 실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변의 기호 +는 벡터를 더한다. 곱 a · x의 결과가 벡터이기 때문이다.

수학에서는 이렇게 저절로 구별하는 일이 많다. 어떤 덧셈을 뜻하는지는 문맥에서 언제나 분명하다. 식 x + y에서 x, y가 벡터이면 벡터의 합을 쓴다. x, y가 수이면 보통의 합을 쓴다. 행렬이면 행렬의 합을 쓰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다.

벡터의 덧셈에 다른 기호, 예를 들어 ⊕를 쓸 수도 있다. 그러면 수의 덧셈에 대한 분배법칙을 (a + b) · x = a · x ⊕ b · x로 쓸 수 있다. 여기서 보통의 +는 실수 a, b의 덧셈을, 기호 ⊕는 벡터의 덧셈을 나타낸다. 하지만 대개는 두 덧셈 모두 기호 + 하나를 쓰고 그 뜻은 문맥으로 안다. 기호 ·도 마찬가지이다.

벡터공간 R2

첫 부분에서 벡터공간 V = ℝ2를 정의했는데, 이제 이것이 정말 벡터공간임을 증명하자. 먼저 덧셈과 곱셈 연산이 제대로 정의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덧셈은 두 벡터를 더해서 새 벡터가 나와야 한다. (a, b) + (c, d) = (a + c, b + d)이므로 이 조건은 만족한다. ℝ2의 두 벡터를 더하면 ℝ2의 새 벡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벡터의 덧셈을 두 벡터의 크기의 합으로 정의한다면, 이것은 벡터공간의 덧셈 연산이 될 수 없다. 벡터 (a, b)의 크기는 a2+b2으로 구한다. 그러면 합 (3, 4) + (5, 12)의 결과는 수 32+42+52+122=5+13=18이 되는데, 이것은 공간 ℝ2의 벡터가 아니다.

다음으로 곱셈이 제대로 정의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곱셈은 실수와 ℝ2의 벡터를 곱해서 ℝ2의 새 벡터가 나와야 한다. 스칼라배를 k · (a, b) = (k · a, k · b)로 정의했으므로 이것도 만족한다.

벡터공간이 만족해야 하는 성질 일곱 가지를 차례로 확인하자. 벡터 x, y 자리에는 필요에 따라 앞의 벡터 (a, b), (c, d), …를 대입한다. 놀랄 것 없다.

  1. x + y = y + x, 벡터의 덧셈에 대한 교환법칙이다. 우리가 정의한 벡터의 덧셈에 대해 교환법칙이 성립할까? 성립한다. 덧셈을 (a, b) + (c, d) = (a + c, b + d)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좌변의 벡터를 맞바꾸면 (c, d) + (a, b) = (c + a, d + b)를 얻는다. c + a는 두 실수의 합이고 실수의 덧셈에 대해서는 교환법칙이 성립하므로 c + a = a + c이다. 두 번째 쌍도 마찬가지로 d + b = b + d이다. 따라서 (a + c, b + d) = (c + a, d + b)이다.
  • (x + y) + z = x + (y + z). 이번에는 괄호 놀이이다. 기본적으로 간단한 변형이지만 괄호가 너무 많아서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벡터의 합을 구해 보자.

((a,b)+(c,d))+(e,f)=(a+c,b+d)+(e,f)=((a+c)+e,(b+d)+f)

a, c, e는 실수이고 실수의 덧셈에 대해서는 결합법칙이 성립하므로 (a + c) + e = a + c + e이다. 두 번째 좌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a,b)+(c,d))+(e,f)=(a+c+e,b+d+f)

이번에는 같은 벡터를 괄호를 다르게 묶어 더해 보자.

(a,b)+((c,d)+(e,f))=(a,b)+(c+e,d+f)=(a+(c+e),b+(d+f))

이번에도 a + (c + e) = a + c + e이므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a,b)+((c,d)+(e,f))=(a+c+e,b+d+f)

세 벡터의 합을 어떻게 괄호로 묶든 언제나 같은 벡터 (a + c + e, b + d + f)에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ℝ2의 덧셈에 대해 결합법칙이 성립하고, 벡터공간의 두 번째 성질도 만족한다.

변수 a, …, f에 구체적인 수를 대입해 보면 성립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a · (b · x) = (a · b) · x. 이번에도 먼저 등식의 좌변을 풀어 쓰는데, x에 벡터 (c, d)를 대입한다.

a⋅(b⋅(c,d))=a⋅(b⋅c,b⋅d)=(a⋅(b⋅c),a⋅(b⋅d))

실수의 곱셈에 대해서는 결합법칙이 성립하므로 등식 a · (b · c) = a · b · c를 얻는다. 그러니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a⋅(b⋅(c,d))=(a⋅b⋅c,a⋅b⋅d)

이제 등식의 우변, 즉 (a · b) · x를 풀어 쓴다.

(a⋅b)⋅(c,d)=((a⋅b)⋅c,(a⋅b)⋅d)

이번에도 (a · b) · c = a · b · c이므로 다음과 같다.

(a⋅b)⋅(c,d)=(a⋅b⋅c,a⋅b⋅d)

등식의 양변 모두 벡터 (a · b · c, a · b · d)가 되므로 등식이 성립한다.

  • a · (x + y) = a · x + a · y. 방법은 같다. 등식의 좌변을 풀어 쓴다.

a⋅((c,d)+(e,f))=a⋅((c+e,d+f))=(a⋅(c+e),a⋅(d+f))

a, c, e는 분배법칙이 성립하는 실수이므로 등식 a · (c + e) = ac + ae를 얻는다. 그러니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a⋅((c,d)+(e,f))=(ac+ae,ad+af)

등식의 우변은 다음과 같다.

a⋅(c,d)+a⋅(e,f)=(ac,ad)+(ae,af)=(ac+ae,ad+af)

정리하면 등식의 좌변과 우변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a + b) · x = a · x + b · x: 앞 단계와 아주 비슷하게 한다. 등식의 좌변을 정리한다.

(a+b)⋅(c,d)=((a+b)⋅c,(a+b)⋅d)=(ac+bc,ad+bd)

우변은 다음과 같다.

a⋅(c,d)+b⋅(c,d)=(ac,ad)+(bc,bd)=(ac+bc,ad+bd)

  • 1 · x = x: 솔직히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지만, 어쨌든 계속하자 :-). 적어도 이 항목은 간단하다. 1 · (a, b) = (a, b)임을 확인하면 된다. 이것은 분명히 성립한다.

1⋅(a,b)=(1⋅a,1⋅b)=(a,b)

  • 0 · x = 0인 원소 0 ∈ ℝ2가 있다. 벡터 (0, 0)이다. 이 벡터에 대해 0 · (a, b) = (0, 0)이 성립한다.

0⋅(a,b)=(0⋅a,0⋅b)=(0,0)

벡터공간의 크기

가장 작은 벡터공간은 무엇일까? 정의에서 벡터공간은 공집합이 아닌 집합 V이므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는 벡터 하나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정의의 일곱 번째 항목에서 공간에는 영벡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집합 V = {0}이 가장 작은 벡터공간의 후보이다.

덧셈은 0 + 0 = 0으로, 곱셈은 a · 0 = 0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언제나 영벡터가 나온다. 원소가 하나인 이 집합이 필요한 일곱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원소가 하나인 벡터공간이 있다는 것을 안다. 원소가 두 개인 벡터공간도 있을까? 집합 V = {x, 0}에 덧셈과 곱셈을 잘 정의해서 벡터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원소가 두 개인 벡터공간은 없다. 앞에서 말한, 원소가 하나인 공간을 빼면 유한한 벡터공간은 하나도 없다. 나머지 벡터공간은 모두 무한하다. 하지만 앞에서 넌지시 말했듯이 실수의 집합 대신 다른 유한체를 쓰면 다른 유한 벡터공간도 얻을 수 있다.

정리

벡터공간의 정의는 아주 간단하지는 않다. 벡터와 연산이 모두 일곱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니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조건들은 꽤 자명하고 이해하기 쉽다. 벡터를 다루기 편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조건들 덕분에 벡터공간의 벡터를 더할 때 그 결과가 다른 벡터공간의 벡터가 되지는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벡터에 실수를 곱하면 언제나 같은 공간의 벡터를 얻는다. 벡터와 그 연산이 교환법칙, 결합법칙, 분배법칙을 만족하는 것도 꽤 자연스럽다.

벡터공간은 더 일반적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실수의 집합 대신 임의의 체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다음 글에서 다룬다.

목차: 벡터공간, 벡터공간의 예, 부분공간, 벡터의 일차결합, 생성, 기저, 차원, 기저변환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