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적 증가
옛날이야기에 따르면 체스를 발명한 사람이 왕에게 소박한 상을 청했다고 한다. 체스판의 첫 칸에 쌀 한 톨, 둘째 칸에 두 톨, 셋째 칸에 네 톨, 그리고 다음 칸마다 앞 칸의 두 배를 달라는 것이었다. 왕은 현자가 바라는 것이 너무 적다며 웃고는 쌀 한 자루를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웃기에는 너무 일렀다.
첫째 칸에는 1톨, 즉 20톨이 있다. 둘째 칸에는 21 = 2톨, 셋째 칸에는 22 = 4톨, 넷째 칸에는 23 = 8톨이다. 지수가 칸 번호보다 1 작으므로 마지막 64번째 칸에는 다음과 같이 쌀이 놓인다.
922경 톨이 넘는다. 그런데 이는 마지막 칸 하나에 놓인 쌀이고, 구하려는 것은 체스판 전체이다. 모든 칸을 더하면 다음과 같다.
즉 정확히 18,446,744,073,709,551,615톨이다.
왜 하필 264 − 1일까? 처음 몇 칸으로 확인해 보자. 1 + 2 = 3, 1 + 2 + 4 = 7, 1 + 2 + 4 + 8 = 15이다. 합은 언제나 다음 칸의 쌀알 수보다 1 작다.
백미 한 톨의 무게는 대략 20 mg이므로 천 톨은 약 20 g이다. 체스판 전체의 무게를 구해 보자.
체스판 전체의 쌀은 약 3690억 톤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 한 해에 거두는 백미는 약 5억 4천만 톤이다. 이 쌀은 세계 수확량의 몇 년 치일까? 두 수의 몫을 구한다.
왕은 인류가 600년 넘게 거두는 쌀을 모두 발명가에게 주어야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오랫동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체스판의 앞쪽 절반, 32칸을 모두 합해도 232 − 1, 즉 약 43억 톨이다. 대략 86톤으로 트럭 몇 대 분량이다. 나머지는 모두 체스판의 뒤쪽 절반에 쏟아진다.
덧셈과 곱셈
매 단계마다 같은 수를 더하며 늘어나는 것을 선형 증가라고 한다. 반대로 매 단계마다 같은 수를 곱하며 늘어나는 것을 지수적 증가라고 한다. 체스판에서는 2를 곱했다.
부모님이 지호에게 용돈을 올려 주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지금 지호는 한 달에 30,000원을 받는데, 매달 10,000원씩 올려 주거나 10%씩 올려 주겠다고 한다. 만 원일까, 아니면 3만 원의 10%인 3천 원일까? 답은 뻔해 보인다.
첫 달에는 정말 그렇다. 덧셈이면 지호는 30,000 + 10,000 = 40,000원, 곱셈이면 30,000 · 1.1 = 33,000원을 받는다. 반년 뒤에는 덧셈이 9만 원, 곱셈이 약 5만 3,100원이다. 그런데 10%는 점점 커지는 금액에 대해 계산하므로 늘어나는 폭이 커지고, 만 원은 그대로 만 원이다. 23번째 달에 곱셈이 덧셈을 앞지르고, 그 뒤로는 계속 멀어진다. 3년 뒤 지호는 덧셈이면 39만 원, 곱셈이면 92만 원 넘게 받는다. 4년 뒤에는 한 달에 51만 원과 약 291만 원이다.
파란 직선이 한동안 앞서지만 빨간 곡선은 점점 더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는 일반적으로 성립한다. 지수적 증가는 언젠가는 어떤 선형 증가든 앞지른다. 문제는 언제냐일 뿐이다.
지수적 증가는 공식 하나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N0은 처음 값, q는 한 기간마다 곱하는 수, t는 지난 기간의 수이다. 지호의 경우 N0 = 30,000이고 q = 1.1이다. 10%를 더하는 것은 1.1을 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6개월 뒤에는 다음을 얻는다.
체스판에서는 N0 = 1, q = 2이다. 변수 t가 지수에 있으므로 이 식은 지수함수이다. 그 글에는 둘로 나뉘는 박테리아도 나온다.
두 배가 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지수적 증가에서는 값이 두 배가 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묻는 것이 편리하다. 이 두 배가 되는 시간은 언제 시작하든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10년 만에 두 배가 되면 다음 10년 뒤에 다시 두 배가 되고, 20년 뒤에는 네 배가 된다.
어림할 때는 간단한 방법인 70의 법칙을 쓴다. 어떤 것이 한 기간마다 p퍼센트씩 늘어나면 대략
기간 만에 두 배가 된다. 가게 물가가 해마다 7%씩 오르면 약
왜 하필 70일까? 두 배가 되는 정확한 시간은 로그로 구한다. 다음 지수방정식을 푸는 t를 찾는다.
양변에 로그를 취하면 지수가 로그 앞으로 내려온다.
이제 나누기만 하면 된다.
물가는 10년 3개월이 조금 안 되어 두 배가 되므로 70의 법칙이 거의 정확히 맞았다. 70이 나오는 이유는 두 로그의 몫이 밑과 상관없이 같기 때문이다. 자연로그 ln과 일반적인 p퍼센트 증가를 쓰면 다음을 얻는다.
퍼센트가 작으면
연못의 수련
다음을 읽기 전에 이 퍼즐을 직접 풀어 보자. 연못에서 수련이 자라는데, 수련의 수는 날마다 전날의 두 배가 된다. 30일이 지나면 수련이 연못 전체를 덮는다. 연못의 절반이 덮인 것은 며칠째였을까?
15일째라고 답하고 싶어진다. 15는 30의 절반이니까. 하지만 수련의 수는 날마다 두 배가 되므로, 30일째에 연못 전체가 덮였다면 그 전날에는 절반이 덮여 있었어야 한다. 연못의 절반이 수련에 덮인 것은 29일째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28일째에는 4분의 1, 27일째에는 8분의 1, 26일째에는 16분의 1, 25일째에는 수면의 약 3%만 덮여 있었다. 25일째에 연못을 보러 간 사람은 거의 맑은 물을 보고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겨우 닷새 뒤에 연못은 수련으로 완전히 뒤덮인다.
이것이 지수적 증가의 무서운 점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다가, 눈에 띌 때쯤이면 끝까지 두 배가 몇 번밖에 남지 않는다.
감염병
병도 같은 속도로 퍼질 수 있다. 어떤 도시에 오늘 감염자가 100명 있고, 환자 수가 사흘마다 두 배가 된다고 하자. 그러면 30일 동안 열 번 두 배가 된다.
환자 100명이 한 달 뒤에는 10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 역학자들은 숫자가 아직 작고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다고 느낄 때 대책을 서두르라고 한다. 그때가 연못으로 치면 25일째이기 때문이다.
병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는 감염 재생산 지수 R로 나타낸다. 간단히 말하면 환자 한 명이 평균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이다. R = 2이면 한 명이 두 명을 감염시키고, 그 두 명이 네 명을 감염시켜서 환자의 각 “세대”가 앞 세대의 두 배가 된다. 한 세대가 대략 사흘이라면 바로 앞의 예와 같아진다. R을 1보다 작게, 예를 들어 0.8로 낮추면 세대마다 환자 수에 1보다 작은 수를 곱하게 되어 감염병은 약해진다. 감염자 100명에서 시작하면 열 번째 세대에서는 겨우
명만 감염된다.
R = 0.8과 R = 2의 차이는 작아 보인다. 하지만 열 세대가 지나면 환자 11명과 10만 2천 명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된다.
종이를 마흔두 번 접으면
두께가 약 0.1 mm인 종이 한 장을 생각해 보자. 반으로 접으면 두 겹, 즉 0.2 mm가 된다. 한 번 더 접으면 네 겹이 된다. 접을 때마다 두께가 두 배가 된다. 42번 접으면 종이의 두께는 얼마일까?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약 38만 4천 km이다. 마흔두 번 접은 종이는 달에 닿고도 조금 남는다.
직접 해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종이 한 장을 손으로 일곱 번보다 많이 접을 수는 없다. 일곱 번 접으면 128겹이고 두께는 1.3 cm가 조금 안 되며, 접을수록 작아지고 뻣뻣해진다. 기록은 열세 번인데, 이를 위해 길이가 약 16 km인 화장지 띠가 필요했다.
왜 이 수가 터무니없게 느껴질까? 직관은 덧셈은 잘 다룬다. 42단계를 떠올리면 같은 단계 42개가 나란히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여기서는 단계마다 지금까지의 종이 두께만큼이 더해진다. 열 번 접으면 두께는 약 10 cm, 스무 번이면 100 m가 넘고, 서른 번이면 벌써 107 km 높이에 이른다. 그리고 종이를 달까지 보내는 마지막 열두 번은 그저 두 배를 열두 번 더 하는 것일 뿐이다.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수련이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난다면 31일째에는 연못 두 개를, 40일째에는 연못 천 개를 덮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연못의 넓이에는 한계가 있고, 박테리아의 먹이도 한정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병을 앓고 나면 병은 감염시킬 사람이 없다. 자연에서 지수적 증가는 공간이나 자원이 부족해지기 시작할 때까지만 계속된다.
그러면 증가가 느려지고, 값은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상한에 가까워진다. 이런 증가의 그래프는 옆으로 늘어난 S자 모양이어서 S자 곡선이라고 하고, 전문 용어로는 로지스틱 증가라고 한다.
처음에는 두 곡선이 거의 다르지 않다. 자원이 충분해서 아무것도 증가를 막지 않으므로 S자 곡선은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상한의 절반에 이르기 전부터 지수 곡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상한 K의 절반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한 뒤 휘어져서 상한에 천천히 가까워진다. 문제는 그래프의 앞부분만 보고는 지수 곡선인지 S자 곡선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나중에야 드러난다.
같은 방식으로 값이 줄어들 수도 있다. R = 0.8인 감염병처럼 기간마다 1보다 작은 수를 곱하면 된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예는 방사성 붕괴이다. 여기서는 두 배가 되는 시간 대신 물질의 절반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를 쓴다. 방사성 세슘 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이다. 30년 뒤에는 절반, 60년 뒤에는 4분의 1, 90년 뒤에는 8분의 1이 남는다. 수학적으로는 절반, 또 절반으로 줄어들 뿐 결코 0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세슘 1 g에서는 약 2천 년 뒤에 마지막 원자까지 붕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