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량 보존 법칙
운동량은 없던 것에서 생기지도 않고 흔적 없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옮겨 갈 수 있을 뿐이다. 수레 두 대가 부딪히든 두 사람이 서로 밀어내든, 한쪽이 운동량을 얻으면 다른 쪽은 같은 만큼 잃는다. 두 운동량의 합은 처음 그대로이다. 이것을 운동량 보존 법칙이라고 하며, 물리학 전체에서 가장 쓸모 있는 법칙 가운데 하나이다. 이 법칙 덕분에 충돌할 때 작용한 힘과 그 힘이 작용한 시간을 몰라도 충돌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고립계
법칙이 성립하려면 먼저 어떤 물체들을 이야기하는지 정해야 한다. 관심 있는 물체 몇 개, 예를 들어 화차 두 대를 골라 물체계라고 부르자. 물체계 안의 물체들이 서로 주고받는 힘은 내력이다. 지구나 선로처럼 바깥의 무엇인가가 이 물체들에 작용하는 힘은 외력이다.
물체계에 외력이 전혀 작용하지 않거나, 외력들이 서로 상쇄되어 알짜힘이 0이면 이 물체계를 고립계라고 한다. 지구 위에 완벽한 고립계는 없지만, 그에 아주 가까운 경우는 많다. 얼음 위의 스케이트 선수는 지구가 아래로 당기고 얼음이 같은 크기의 힘으로 아래에서 받치므로 두 힘이 상쇄된다. 스케이트의 마찰은 작으므로 무시한다.
반대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돌은 고립계가 아니다. 외력인 지구의 힘이 돌을 당기므로 돌의 운동량은 커진다. 하지만 지구까지 물체계에 넣으면 돌과 지구 사이의 힘은 내력이 된다. 돌은 지구가 돌을 당기는 힘과 같은 크기의 힘으로 지구를 끌어당기고, 지구는 같은 크기의 반대 방향 운동량을 얻는다. 다만 질량이 엄청나므로 속력은 아주 작다. 벽에 튕겨 나온 테니스공도 마찬가지이다. 테니스공이 잃은 운동량 2.4 kg·m/s는 벽이, 그리고 벽과 함께 지구 전체가 넘겨받았고, 지구는 질량이 크기 때문에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체계의 전체 운동량은 모든 물체의 운동량의 벡터 합이다. 물체가 둘이면 다음과 같다.
물체들이 한 직선 위에서 움직이면 양의 방향을 정하고 운동량을 부호가 있는 수로 더한다. 양의 방향과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량은 음수이다.
전체 운동량이 변하지 않는 이유
고립계의 두 물체가 부딪히거나 서로 밀어내면서 잠깐 동안 서로 힘을 주고받는다고 하자. 다른 힘은 작용하지 않거나 상쇄되므로 각 물체의 운동량을 바꾸는 것은 상대 물체의 힘뿐이다. 물체 2는 물체 1에 힘
두 힘은 같은 순간에 생기고 같은 순간에 사라지므로 같은 시간 Δt 동안 작용한다. 충격량은 운동량의 변화와 같으므로 두 물체의 운동량은 다음만큼 변한다.
운동량의 변화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둘을 더한다.
전체 운동량은 변하지 않았다. 한 물체가 얻은 만큼 다른 물체가 잃었다. 충돌할 때의 힘은 일정하지 않지만 상관없다. 충돌 전체를 아주 짧은 순간들로 나누면, 그 하나하나에서 두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므로 어느 순간에도 전체 운동량은 변하지 않는다.
물체계 안에서는 물체들이 얼마든지 부딪히고, 밀고, 밀어낼 수 있다. 내력은 언제나 작용과 반작용의 쌍으로 나타나므로 전체 운동량을 바꿀 수 없다. 전체 운동량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외력뿐이다. 물체가 여럿일 때도 마찬가지로, 두 물체씩 짝지어 운동량을 주고받을 뿐이다. 그러니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늪에서 빠져나왔다는 허풍선이 남작의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다. 손은 머리카락을, 머리카락은 손을 당기고, 두 힘은 모두 남작 안에 있으므로 남작의 전체 운동량을 바꾸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법칙을 이끌어 냈다.
고립계의 전체 운동량은 변하지 않는다. 상호 작용 전(프라임 없음)과 후(프라임 있음)의 운동량의 합은 같다.
주의하자. 일정한 것은 합뿐이다. 각 물체의 운동량은 변할 수 있고, 대개 변한다.
총의 반동
사냥꾼이 질량 4 kg인 총을 쏜다. 질량 10 g인 총알이 800 m/s의 속력으로 날아간다. 총은 얼마나 빠르게 뒤로 움직일까? 사냥꾼의 손과 어깨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총이 공중에 자유롭게 매달려 있다고 하자.
총알이 날아가는 방향을 양의 방향으로 잡는다. 쏘기 전에는 총과 총알이 정지해 있으므로 전체 운동량은 0이다. 쏜 뒤에도 0이어야 한다.
총알의 운동량을 빼고 총의 질량으로 나눈다.
값을 대입한다.
총은 2 m/s의 속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빼기 부호는 총알이 날아가는 방향과 반대인 뒤쪽이라는 뜻이다. 총알과 총의 운동량은 크기가 8 kg·m/s로 같고 방향만 반대이다. 하지만 총은 질량이 400배이므로 400배 느리다. 총알과 함께 총구에서 나오는 연소 기체의 운동량은 무시했다.
초속 2 m는 시속 7 km가 넘는다. 총을 느슨하게 들고 있으면 개머리판에 어깨를 세게 맞는다. 그래서 개머리판을 어깨에 단단히 댄다. 그러면 총은 사수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고, 운동량 8 kg·m/s가 훨씬 큰 질량에 나뉜다. 질량 80 kg인 사수와 함께라면 다음과 같다.
사수는 살짝 밀릴 뿐이고, 땅을 단단히 디디면 그마저도 없다.
두 스케이트 선수
얼음 위에 스케이트 선수 지민과 수아가 마주 보고 서 있다. 둘은 손바닥을 맞대고 서로 밀어낸다. 지민의 질량은 50 kg, 수아의 질량은 60 kg이다. 수아는 1 m/s의 속력으로 멀어진다. 지민은 얼마나 빠르게 멀어질까?
수아가 멀어지는 방향을 양의 방향으로 잡고, 지민에게 첨자 1을 붙인다. 밀어내기 전에 둘 다 정지해 있으므로 전체 운동량은 밀어낸 뒤에도 0이다.
지민의 속도를 나타내고 값을 대입한다.
지민은 1.2 m/s의 속력으로 반대쪽으로 멀어진다. 운동량을 더하면 정말로 0이 되는지 확인해 보자.
둘은 각각 60 kg·m/s의 운동량을 서로 다른 쪽으로 얻었다.
두 선수의 속력의 비는 1.2:1, 즉 6:5이고, 이 비는 질량의 비 50:60을 뒤집은 것이다. 가벼운 선수가 더 빠르게 멀어진다. 얼마나 세게 밀었는지는 상관없다. 같은 시간 동안 2배 큰 힘으로 밀었다면 둘 다 2배 빠르게 멀어지겠지만, 비는 6:5 그대로이다.
누가 밀었는지도 상관없다. 지민만 밀고 수아는 팔을 단단히 버티고 있으면 주로 수아가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누가 밀든 쌍을 이루는 두 힘은 크기가 같으므로 이번에도 가벼운 지민이 더 빠르게 멀어진다.
작은 배에서 강가로 뛰어내릴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뛰는 사람은 배를 밀고 배는 사람을 밀므로, 사람이 앞으로 날아가는 동안 배는 뒤로 밀려난다. 배가 가벼우면 배가 꽤 밀려나서 사람은 강가가 아니라 물에 빠진다.
화차의 충돌
조차장에서 질량 20 t인 화차가 2 m/s의 속력으로 달리다가 질량이 같은 정지한 화차에 부딪힌다. 부딪히는 순간 자동 연결기가 맞물려 두 화차는 붙은 채로 계속 움직인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까?
충돌한 뒤 물체들이 붙어서 함께 움직이는 충돌을 완전 비탄성 충돌이라고 한다. 첫째 화차가 달리는 방향을 양의 방향으로 잡는다.
충돌한 뒤 두 화차는 같은 속도 v'을 가지므로, 둘의 운동량은 질량이 m1 + m2인 물체 하나의 운동량과 같다. 운동량 보존 법칙은 다음과 같다.
충돌하기 전에는 첫째 화차만 운동량을 가진다.
충돌한 뒤에는 두 화차를 합한 운동량이 이와 같아야 한다. 이것을 전체 질량으로 나눈다.
연결된 화차는 처음 속력의 절반인 1 m/s로 움직인다. 질량은 2배가 되고 운동량은 그대로이므로 속력은 절반으로 줄어야 했다. 화차가 정지해 있는 연결된 화차 두 대에 부딪혔다면 같은 운동량이 3배의 질량 60,000 kg에 나뉘어 세 화차 모두 3분의 1의 속력, 약 0.67 m/s로 움직였을 것이다.
주황색 표시는 같은 시간 간격마다 빨간 화차의 앞부분이 어디에 있었는지 나타낸다. 빨간 화차가 혼자 달리는 동안에는 표시 사이의 간격이 같다. 파란 화차와 연결된 뒤에도 간격은 일정하지만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제 더 까다로운 경우이다. 둘째 화차가 서 있지 않고 첫째 화차를 향해 1 m/s로 달려온다. 양의 방향과 반대쪽이므로 v2 = −1 m/s이다.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두 화차의 운동량을 더하면 틀린다. 그러면 연결된 화차의 속력이 1.5 m/s로 나올 것이다. 그래서 둘째 화차의 속도를 빼기 부호까지 함께 대입한다.
연결된 화차는 첫째 화차가 달리던 방향으로 0.5 m/s의 속력으로 움직인다. 두 화차가 같은 빠르기로 마주 달려왔다면 그 자리에 멈췄을 것이다.
사실 화차는 고립계가 아니다. 바퀴가 선로와 마찰한다. 하지만 이 외력은 작고 충돌은 아주 짧은 순간만 일어나므로, 그동안 화차의 운동량을 바꾸는 양은 무시할 만하다. 부딪히는 화차 사이의 힘은 그보다 몇 배나 크다. 그래서 물체계가 완전히 고립되어 있지 않아도 충돌에 운동량 보존 법칙을 쓸 수 있다.
로켓
로켓이 행성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 정지해 있고, 연료까지 합한 전체 운동량은 0이다. 엔진은 연료를 태우고 뜨거운 기체를 노즐로 엄청나게 빠르게 뒤로 내뿜는다. 그러면 기체가 뒤쪽으로 운동량을 얻으므로, 로켓과 기체를 합한 전체 운동량이 0으로 유지되려면 로켓이 같은 크기의 운동량을 앞쪽으로 얻어야 한다. 로켓은 사실상 1초마다 아주 많은 작은 “총알”을 뒤로 쏘고, 그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빨라지는 총이다.
로켓과 기체로 이루어진 물체계에는 바깥에서 아무것도 작용할 필요가 없다. 로켓은 땅도 공기도 필요 없고 진공에서도 빨라진다. 스스로 싣고 다니다가 스스로 내뿜는 기체를 밀어낼 뿐이다. 1초 동안 더 많은 기체를 더 빠르게 내뿜을수록 기체에 더 큰 운동량을 주고, 로켓 자신도 더 많이 빨라진다.
충돌할 때 운동량은 물체에서 물체로 옮겨 갈 뿐이다. 운동을 실제로 줄이고, 결국 땅 위를 미끄러지는 거의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힘은 마찰력이다. 이것이 다음 글 마찰력의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