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력
책상 위의 머그잔을 톡 밀어 보자. 머그잔은 조금 미끄러지다가 멈춘다. 보도블록 위에서 미끄러진 신발도 조금만 미끄러지고 멈춘다. 그런데 관성 법칙에 따르면 알짜힘을 받지 않는 물체는 계속 같은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니 무엇인가가 물체를 늦추고 있고, 그것이 마찰력이다. 두 면이 서로 미끄러지거나 미끄러지려고 할 때 두 면이 서로에게 작용하는 힘이다.
하지만 마찰은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마찰이 없다면 발바닥은 땅 위에서 뒤로 미끄러지고 타이어는 제자리에서 헛돌 것이므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자동차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정지 마찰력
영희가 이사를 하면서 질량이 60 kg인 나무 장롱을 나무 바닥 위에서 밀어 옮기려 한다. 조심스럽게 밀어 보지만 장롱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동안 장롱에는 영희의 손이 작용하는 수평 방향의 힘
영희가 더 세게 민다. 장롱은 여전히 서 있으므로 정지 마찰력도 함께 커졌다. 정지 마찰력은 언제나 장롱을 제자리에 붙잡아 둘 만큼만 크고, 1 N도 더 크지 않다. 영희가 미는 것을 멈추면 정지 마찰력도 사라진다. 장롱이 저절로 영희 쪽으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없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정지 마찰력에는 최댓값이 있고, 영희가 그보다 세게 밀면 장롱이 움직인다.
운동 마찰력
장롱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운동 마찰력
왜 그럴까? 매끄러워 보이는 면도 현미경으로 보면 울퉁불퉁한 돌기와 홈투성이이다. 정지해 있을 때는 장롱 밑면과 바닥의 돌기가 서로 맞물리고, 닿아 있는 곳에서는 두 물질이 조금씩 들러붙는다. 장롱을 움직이기 시작하려면 이런 결합을 한꺼번에 모두 끊어야 한다. 미끄러지는 동안에는 돌기들이 그렇게 깊이 맞물릴 틈이 없어서 서로 타고 넘어간다.
장롱이 서 있는 동안에는 마찰력이 미는 힘과 같으므로 그래프는 빨간 비스듬한 직선이다. 주황색 점에서 미는 힘이 최대 정지 마찰력에 이르면 장롱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마찰력은 더 낮은 운동 마찰력의 값으로 떨어진다. 그 뒤로는 영희가 어떻게 밀든 마찰력은 그 값 그대로이다. 파란 수평선이 이것을 나타낸다.
마찰력의 크기
두 면이 서로 세게 눌릴수록 돌기가 깊이 맞물리고 마찰력이 커진다. 빈 장롱은 책이 가득 찬 장롱보다 밀기 쉽다. 누르는 정도는 바닥면이 물체를 미는 수직 항력
여기서 μk는 운동 마찰 계수이다. 두 힘의 비이므로 뉴턴이 약분되고, 따라서 마찰 계수에는 단위가 없다. 마찰 계수는 서로 문지르는 두 면이 무엇인지에만 달려 있으며 측정으로 구한다. 닿는 면의 넓이는 거의 상관없다. 장롱을 옆으로 눕혀도 세워 놓았을 때와 똑같이 밀기 힘들다.
최대 정지 마찰력도 같은 공식으로 구하는데, 더 큰 정지 마찰 계수 μs를 쓴다. 운동 마찰 계수의 대략적인 값은 다음과 같다.
| 두 면 | μk |
|---|---|
| 마른 아스팔트 위의 고무 | 0.7 |
| 젖은 아스팔트 위의 고무 | 0.5 |
| 눈 위의 고무 | 0.3 |
| 얼음 위의 고무 | 0.1 |
| 나무 위의 나무 | 0.3 |
| 얼음 위의 강철 | 0.02 |
실제 값은 타이어, 온도, 면이 얼마나 반들반들한지에 따라 다르다. 가장 덜 미끄러지는 것은 마른 아스팔트 위의 고무이고, 가장 잘 미끄러지는 것은 얼음 위의 강철 스케이트 날이다. 겨울에 인도에 모래를 뿌리는 것은 얼음 위의 마찰 계수를 크게 하기 위해서이다.
마찰 계수는 직접 잴 수 있다. 나무토막을 판자 위에 올려놓고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도록 용수철저울로 끈다. 그러면 용수철저울은 운동 마찰력을 가리킨다. 그다음 나무토막을 용수철저울에 매달아 중력을 잰다. 수평인 판자 위에서는 이것이 수직 항력과 같다. 두 값의 비가 마찰 계수이다.
장롱을 미는 데 필요한 힘
영희가 얼마나 세게 밀어야 하는지 구해 보자. 바닥은 수평이고 영희는 수평으로 밀므로 연직 방향으로는 중력과 수직 항력만 작용한다. 장롱은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이지 않으므로 두 힘은 크기가 같다.
나무 위의 나무에서는 μk = 0.3이다. 마찰력의 공식에 대입한다.
장롱이 일정한 속력으로 미끄러지려면 영희는 약 177 N의 힘으로 밀어야 한다. 그러면 미는 힘과 마찰력이 균형을 이루어 알짜힘이 0이 된다.
마찰 계수에 질량을 곧바로 곱하는 실수를 하기 쉽다. 하지만 0.3 · 60 kg = 18 kg은 힘이 아니라 여전히 킬로그램일 뿐이다. 공식에는 뉴턴으로 나타낸 수직 항력이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수직 항력이 언제나 중력과 같은 것은 아니다. 영희가 팔꿈치를 장롱에 대고 위에서도 누르면 바닥이 장롱을 더 세게 밀고 마찰력이 커진다. 반대로 끈을 걸어 비스듬히 위쪽으로 끌면 끈이 장롱을 조금 들어 올려 수직 항력이 줄고, 마찰력도 함께 준다.
장롱을 움직이기 시작하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다. 나무 위의 나무의 정지 마찰 계수는 약 μs = 0.5이므로 최대 정지 마찰력은 다음과 같다.
영희는 처음에 나중보다 약 3분의 2만큼 더 세게 힘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장롱이 움직이기 시작한 뒤에도 영희가 잠깐 동안 온 힘으로 계속 밀면, 미는 힘이 마찰력보다 약 118 N 크다. 가속도 법칙에 따라 이 힘은 장롱에 다음 가속도를 준다.
장롱은 앞으로 튀어 나가고 영희는 장롱을 따라 넘어질 뻔한다.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안다. 무거운 가구는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되도록 멈추지 않는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게 하는 것이 밀고 가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구름 저항과 바퀴가 있는 이유
영희는 바퀴 달린 이사용 손수레를 빌릴 수도 있다. 바퀴는 바닥 위를 미끄러지지 않고 굴러간다. 바퀴가 바닥에 닿는 곳은 그 순간 바닥에 대하여 움직이지 않으므로 돌기를 끊거나 타고 넘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굴러가는 바퀴는 결국 멈춘다. 바퀴와 바닥면이 닿는 곳에서 아주 조금씩 눌려 들어가서, 바퀴가 늘 작은 홈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것을 구름 저항이라고 한다.
구름 저항은 마찰력처럼 계산하는데, 계수가 훨씬 작다. 매끄러운 바닥 위의 단단한 바퀴는 약 0.02, 아스팔트 위의 공기를 넣은 타이어는 약 0.01, 레일 위의 열차의 강철 바퀴는 약 0.002뿐이다. 질량을 무시할 수 있는 손수레에 장롱을 실으면 영희는 다음 힘으로 밀면 된다.
미끄러뜨릴 때의 15분의 1이다. 그래서 짐은 바퀴로 나르고 여행 가방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바람이 빠진 타이어는 더 많이 찌그러지므로 구름 저항이 커지고 자동차는 연료를 더 많이 쓴다.
빙판에서 자동차의 제동 거리가 긴 이유
이제 빙판에서 자동차의 제동이 마른 도로에서보다 훨씬 나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질량이 m인 자동차가 수평인 도로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공기 저항을 무시하면 수평 방향의 힘은 타이어와 도로 사이의 마찰력 하나만 남는다. 도로가 수평이므로 수직 항력은 중력과 균형을 이루어 N = m · g이고, 마찰력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는 마찰력이 모든 힘의 알짜힘이므로, 가속도 법칙에 따라 질량 곱하기 가속도의 크기, 즉 감속의 크기
질량으로 나눈다.
질량이 약분되었다. 무거운 자동차는 도로를 더 세게 눌러 마찰력이 크지만, 그만큼 감속에 더 크게 저항한다. 그러니 타이어가 같다면 작은 자동차와 짐을 실은 승합차는 똑같이 느려질 것이다.
마른 아스팔트를 대입한다.
반올림하면 7 m/s2으로, 마른 도로에서 흔한 감속이다. 젖은 아스팔트에서는 4.9 m/s2, 눈길에서는 2.9 m/s2, 빙판에서는 다음과 같다.
감속은 제동 거리 공식의 분모에 있다.
그래서 마찰 계수가 7분의 1이면 제동 거리는 7배이다. 국도를 80 km/h, 즉
빙판에서는 분모에 0.7 대신 0.1이 들어가므로 제동 거리는 약 252 m, 4분의 1 km이다. 어떤 브레이크로도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자동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도로이기 때문이다.
표의 계수는 운동 마찰 계수이므로 바퀴가 잠겨 도로 위를 미끄러질 때에 해당한다. 자동차에는 바퀴가 잠기지 않게 하는 ABS가 있다. 그러면 타이어는 계속 굴러가고 도로와는 더 큰 정지 마찰력으로 붙잡히므로, 자동차는 조금 더 일찍 멈추고 그동안 방향도 조종할 수 있다.
마찰력 계산기
수평인 바닥면에 놓인 물체의 질량과 표의 마찰 계수를 입력하면 계산기가 마찰력 f = μk · m · g를 구한다. 정지 마찰 계수(나무 위의 나무라면 약 0.5)를 넣으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데 필요한 힘을 얻는다.
지금까지 장롱과 자동차는 모두 수평인 바닥 위에 있었고, 그곳에서는 수직 항력이 중력 전체와 균형을 이룬다. 비탈에서는 그렇지 않다. 썰매가 미끄러져 내려갈지 마찰력이 붙잡아 둘지는 비탈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가 정한다.
비탈에서 중력이 어떻게 분해되는지, 그리고 썰매가 얼마의 가속도를 얻는지는 다음 글 빗면에서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