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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량과 단위

“지호는 5만큼 갔다.” 5 무엇일까? 5 m라면 냉장고까지 갔다 오는 거리이다. 5 km라면 꽤 긴 산책이다. 5,000 km라면 서울에서 비행기로 싱가포르까지 가고도 남는 거리이다. 물리에서 맨 수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수에는 단위가 따라야 한다.

s=5km

물리량의 기호 s, 수치 5, 단위 km

이 표기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파란색은 물리량의 기호로, 여기서는 이동 거리를 뜻하는 s이다. 빨간색은 수치 5이고, 초록색은 단위인 킬로미터이다. 수치는 그 물리량에 단위가 몇 번 들어가는지를 나타낸다. 5 km는 1 km의 다섯 배이다.

s=5⋅1km

물리 교과서에서는 두 부분을 줄여 쓰는 표기도 쓴다. 기호를 중괄호로 감싸면 수치를, 대괄호로 감싸면 단위를 뜻한다. {s} = 5이고 [s] = km이다.

속력도 마찬가지이다. “5의 속력으로 갔다”는 말은 보통 걸음인 5 km/h일 수도 있고, 꽤 빠른 달리기인 5 m/s일 수도 있다. 단위가 없으면 지호가 산책을 했는지 버스를 잡으려고 뛰었는지 알 수 없다.

물리량이란

물리량은 측정할 수 있는, 즉 단위와 비교해서 수로 나타낼 수 있는 성질이다. 예를 들어 책상의 길이, 달걀을 삶는 데 걸리는 시간, 장바구니의 질량, 냄비 속 물의 온도는 물리량이다. 반면에 아름다움은 물리량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재는 기구도 없고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단위도 없다. “이 사진은 아름다움이 7이다”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물리량마다 기호가 있는데, 보통은 문자 하나이다. 이동 거리는 s, 시간은 t, 질량은 m, 속도는 v이다. 이 문자들은 아무렇게나 고른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서 왔다. spatium은 공간, tempus는 시간, massa는 덩어리, velocitas는 빠르기라는 뜻이다.

국제단위계(SI)

옛날에는 같은 이름의 단위라도 쓰는 곳마다 길이가 달랐다. 조선에서는 옷감을 재는 포백척이 약 47 cm, 건물을 짓는 데 쓰는 영조척이 약 31 cm였으니, 어느 자로 쟀는지 모르면 길이를 알 수 없었다. 오늘날에는 거의 온 세계가 하나의 단위계, 곧 국제단위계 SI(프랑스어 Système international d'unités에서 왔다)를 쓴다. 국제단위계는 일곱 가지 기본 단위를 바탕으로 한다.

물리량 단위 단위 기호
길이 미터 m
질량 킬로그램 kg
시간 초 s
전류 암페어 A
열역학적 온도 켈빈 K
물질량 몰 mol
광도 칸델라 cd

운동학과 동역학에서는 처음 세 가지, 미터, 킬로그램, 초면 충분하다.

1 m는 얼마나 길까? 미터는 혁명기 프랑스에서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로 정해졌다. 나중에 이것을 바탕으로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막대를 만들고, 그 막대에 새긴 두 눈금 사이의 거리를 1 m로 삼았다. 오늘날에는 빛으로 미터를 정한다. 빛이 진공에서 1299,792,458s 동안 가는 거리가 1 m이다.

킬로그램은 처음에 물 1 L의 질량이었다. 그 뒤 백 년 넘게 파리 근처의 금고에 보관한, 높이와 지름이 모두 39 mm인 백금·이리듐 합금 원기둥이 킬로그램의 크기를 정했다. 그런데 정밀한 복제품들과 비교해 보니 서로 아주 조금씩 어긋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2019년부터는 자연 상수로 킬로그램을 정한다. 이제는 원리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갖춘 실험실이라면 어디서든 파리의 원기둥과 비교하지 않고 킬로그램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

초는 오랫동안 하루의 86,400분의 1이었다. 하루는 24 · 60 · 60 = 86,400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는 아주 규칙적으로 돌지는 않으므로 오늘날에는 원자시계가 초를 잰다.

유도 단위

나머지 단위는 모두 기본 단위를 조합해서 만든다. 속력은 일정한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이므로 이동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어 구한다.

v=st

이동 거리를 미터로, 시간을 초로 재면 물리량을 나누듯이 단위도 나눌 수 있다.

[v]=[s][t]=ms=m/s

속력의 단위는 미터 매 초(m/s)이다. 이런 단위를 유도 단위라고 한다. 넓이의 단위인 제곱미터 m2, 부피의 단위인 세제곱미터 m3, 가속도의 단위인 미터 매 초 제곱 m/s2도 유도 단위이다. 이 ‘초 제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가속도에서 설명한다.

유도 단위 가운데 몇몇은 고유한 이름이 있는데, 대개 유명한 물리학자의 이름을 땄다. 힘의 단위는 아이작 뉴턴의 이름을 딴 뉴턴 N이다. 지금은 뉴턴을 기본 단위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N=kg·m/s2

왜 이렇게 되는지는 힘에 관한 글에서 설명한다.

킬로미터 매 시(km/h), 분, 시간, 리터, 톤은 국제단위계에 속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널리 쓰이므로 써도 된다. 다만 물리 계산을 할 때는 대개 먼저 기본 단위로 바꾼다. 그 방법은 조금 뒤에 설명한다.

10의 거듭제곱

물리에서는 아주 큰 수와 아주 작은 수를 자주 만난다. 태양은 지구에서 약 150,000,000 km, 즉 150,000,000,000 m 떨어져 있다. 이 많은 0을 모두 쓰고 계산하기는 번거롭고 하나쯤 빠뜨리기도 쉽다. 그래서 이런 수는 10의 거듭제곱으로 쓴다.

거듭제곱 103은 10을 세 번 곱한다는 뜻이다.

103=10⋅10⋅10=1,000

지수, 즉 위에 작게 쓴 수는 결과에 0이 몇 개 있는지를 나타낸다. 106은 1 뒤에 0이 여섯 개, 즉 100만이다. 지수를 1 줄이면 결과를 10으로 나눈다. 0보다 작은 지수까지 계속하면 다음을 얻는다.

102=100,101=10,100=1,10−1=0.1,10−2=0.01,10−3=0.001

그러니 음의 지수는 음수가 아니라 분수를 뜻한다. 10−3=1103=11,000이다. 거듭제곱 10−3은 1,000분의 1이다.

이제 태양까지의 거리를, 10의 거듭제곱 앞에 1과 10 사이의 수를 두어 나타내자.

150,000,000,000=1.5⋅100,000,000,000=1.5⋅1011

태양은 지구에서 약 1.5 · 1011 m 떨어져 있다. 지수는 1.5가 150,000,000,000이 되려면 소수점을 몇 자리 옮겨야 하는지로 정한다. 오른쪽으로 열한 자리이다.

작은 수는 반대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굵기가 약 0.07 mm, 즉 0.00007 m이다. 7이 0.00007이 되려면 소수점을 왼쪽으로 다섯 자리 옮겨야 하므로 지수는 음수이다.

0.00007m=7⋅10−5m.

거듭제곱의 계산은 거듭제곱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수를 이런 꼴로 바꾸는 일은 과학적 표기법 계산기가 해 준다.

단위의 접두어

10의 거듭제곱 대신 단위 앞에 접두어를 붙일 수 있다. 킬로는 1,000을 뜻하므로 1 km는 1,000 m이고 3 · 103 m = 3 km이다. 가장 많이 쓰는 접두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접두어 기호 배수 예
기가 G 109 = 1,000,000,000 GW
메가 M 106 = 1,000,000 MW
킬로 k 103 = 1,000 km, kg
데시 d 10−1 = 0.1 dm
센티 c 10−2 = 0.01 cm
밀리 m 10−3 = 0.001 mm, mg
마이크로 µ 10−6 = 0.000001 µm

원자로 두 기를 갖춘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은 대략 2 GW, 즉 2 · 109 W이다. 굵기가 7 · 10−5 m인 머리카락은 70 µm와 같다. 7 · 10−5 = 70 · 10−6이기 때문이다.

킬로그램은 예외로, 이미 접두어가 들어 있다. 그래서 다른 접두어는 그램에 붙인다. 1 g의 1,000분의 1은 밀리그램이고, 마이크로킬로그램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대문자와 소문자도 조심하자. 소문자 m은 밀리, 대문자 M은 메가이고, 둘은 10억 배 차이가 난다. 레이저 포인터의 출력은 약 1 mW이다. 이것을 1 MW로 쓰면 레이저 포인터가 풍력 발전기가 된다.

단위 환산

어느 쪽으로 곱하고 어느 쪽으로 나누는지 외우지 않아도 단위를 환산할 수 있다. 단위를 수처럼 보고, 그 자리에 새 단위로 얼마인지를 대입하면 된다. 2.5 km는 몇 미터일까? 1 km는 1,000 m이므로 킬로미터 자리에 1,000 m를 대입한다.

2.5km=2.5⋅1km=2.5⋅1,000m=2,500m

시간도 비슷하게 환산한다. 45 min은 몇 시간일까? 1분은 1시간의 60분의 1이다.

45min=45⋅160h=4560h=0.75h

마지막으로 질량이다. 1 g은 1 kg의 1,000분의 1이므로 350 g은 다음과 같다.

350g=350⋅0.001kg=0.35kg.

시간에서는 실수가 잦다. 1.5 h은 얼마일까? 얼핏 ‘1시간 50분’이라고 답하기 쉽다. 하지만 1시간은 100분이 아니라 60분이다. 반 시간은 다음과 같다.

0.5h=0.5⋅60min=30min,

그러니 1.5 h은 1시간 30분이다. 거꾸로도 마찬가지이다. 1시간 20분은 1.2 h이 아니라 다음과 같다.

1h+20min=1h+2060h≒1.33h.

킬로미터 매 시와 미터 매 초

자동차의 속도계는 킬로미터 매 시를 보여 주지만 물리에서는 미터 매 초로 계산한다. 조금 전처럼 단위를 수로 보고 환산하자. 1 km는 1,000 m이고 1시간은 3,600 s이다.

1km/h=1km1h=1,000m3,600s

분수 1,0003,600을 1,000으로 약분하면 13.6이므로 다음을 얻는다.

1km/h=13.6m/s≒0.28m/s.

여기서 규칙 하나가 나온다. km/h를 m/s로 바꿀 때는 3.6으로 나눈다. 90 km/h로 달리는 자동차의 속력은 다음과 같다.

90km/h=90⋅13.6m/s=903.6m/s=25m/s.

이 자동차는 1초마다 25 m를 간다. 반대로 m/s를 km/h로 바꿀 때는 3.6을 곱한다.

25m/s=25⋅3.6km/h=90km/h

1 m/s가 왜 3.6 km/h일까? 1 m는 1 km의 1,000분의 1이고 1초는 1시간의 13,600이기 때문이다.

1m/s=0.001km13,600h=0.001⋅3,600km/h=3.6km/h

흔한 실수는 방향을 헷갈려서 나누어야 할 때 곱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가 324 m/s로, 거의 소리의 속력으로 달린다는 답이 나온다. 미터 매 초가 킬로미터 매 시보다 큰 단위라는 것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같은 속력을 나타내는 데 더 작은 수로 충분하므로 m/s로 나타낸 수는 언제나 km/h로 나타낸 수보다 작다.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예를 두 가지 더 보자. 걷는 사람의 속력은 다음과 같다.

5km/h=53.6m/s≒1.4m/s,

1초에 1.5 m가 조금 안 되는 거리를 간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110 km/h로 달리면 다음과 같다.

110km/h=1103.6m/s≒30.6m/s.

고속도로에서 2초 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 앞을 보지 않은 채 60 m 넘게 달리게 된다.

계산기

킬로미터 매 시로 나타낸 속력을 입력하면 계산기가 미터 매 초로 바꿔 준다.

반대로 미터 매 초를 킬로미터 매 시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물리량은 수와 단위만으로는 부족하고 방향도 있어야 한다. 이런 물리량을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 글 스칼라와 벡터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