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 가속도
자동차가 회전교차로를 도는 동안 속도계 바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운전자는 가속 페달도 브레이크도 밟지 않는데, 그래도 자동차에는 가속도가 있다. 가속도는 속도계의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아니라 속도의 화살표 전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곡선 도로에서는 그 화살표가 돌아간다. 등속 원운동에서 가속도는 언제나 원의 중심을 향하므로 구심 가속도라고 한다.
공식만 찾고 있다면, 반지름이 r인 원을 속력 v로 도는 물체의 구심 가속도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ω는 각속도이다. 이 가속도가 어디를 향하는지, 그리고 이 공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그림으로 살펴보자.
속도 화살표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가속도는 단위 시간 동안 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그런데 속도는 벡터, 즉 화살표이고, 화살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변할 수 있다.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다. 직선 위를 달릴 때는 화살표가 늘어나고 줄어들기만 하는데, 각각 빨라지는 것과 브레이크를 밟는 것에 해당한다. 원 위에서는 정반대이다. 물체가 늘 같은 빠르기로 달리므로 화살표의 길이는 변하지 않지만, 화살표가 원의 접선 방향을 가리키므로 호를 조금 지날 때마다 조금씩 돌아간다. 화살표가 돌아가기만 해도 속도가 변하는 것이고, 따라서 가속도가 있다.
흔히 등속 원운동에는 속력이 그대로이므로 가속도가 없다고 잘못 생각한다. 그대로인 것은 속도의 크기뿐이다. 가속도가 0이라면 속도 화살표는 길이도 방향도 전혀 변하지 않아야 하고, 물체는 곧게 나아갈 것이다. 가속도 없이는 방향을 틀 수 없다.
애니메이션은 일정한 속력으로 원을 따라 도는 점을 보여 준다. 빨간 속도 화살표는 점과 함께 돌고, 초록색 가속도 화살표는 매 순간 중심을 가리킨다.
초록 화살표는 언제나 빨간 화살표에 수직이다. 그래서 가속도에는 달리는 방향이나 그 반대 방향의 성분이 전혀 없고, 속도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가속도는 모두 화살표를 돌리는 데 쓰인다. 왜 하필 중심을 향하는지, 그리고 크기가 얼마인지는 그림에서 알 수 있다.
구심 가속도의 크기
점을 짧은 시간 Δt 동안만 관찰하자. 그동안 점은 위치 A에서 위치 B로 옮겨 가고, 다음 거리를 간다.
그림에는 이 짧은 운동이 두 번 그려져 있다. 왼쪽에는 원의 중심과 점 A, B로 이루어진 파란 위치 삼각형이 있다. 두 변은 반지름 r이고, 나머지 한 변은 선분 AB이다. 짧은 시간 동안의 호는 거의 곧으므로 선분 AB의 길이는 사실상 Δs이다. 오른쪽에는 초록색 속도 삼각형이 있다. 두 속도 화살표를 한 점에서 그리고, 그 차
알아보기 쉽도록 각을 크게 그렸지만, 아주 작은 각이라고 생각하자. 중요한 것은 두 삼각형의 꼭지각이 같은 φ라는 점이다. 속도 화살표는 늘 반지름에 수직이므로, 반지름이 각 φ만큼 돌면 속도 화살표도 같은 각만큼 돈다. 반지름과 화살표는 ㄴ 자의 두 획처럼 붙어 있어서, 한 획을 돌리면 글자 전체가 돈다. 두 삼각형은 모두 이등변삼각형이고 두 등변 사이의 각이 같다. 그래서 모양이 같고 크기만 다르다. 즉 두 삼각형은 닮음 관계이다. 닮은 삼각형에서는 밑변과 등변의 비가 같다.
말로 하면 이렇다. 선분 AB가 반지름보다 짧은 만큼 초록 화살표도 속도 화살표보다 짧다. Δs에 v · Δt를 대입하고 식을 정리한다.
좌변은 단위 시간 동안의 속도 변화, 즉 가속도이다.
선분 AB가 호보다 아주 조금 짧으므로 약간 얼버무린 셈이다. 하지만 관찰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선분은 호와 더 가까워지고, 순간 가속도를 구할 때는 차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을 잡는다. 그래서 이 공식은 근사식이 아니라 정확한 식이다.
그림은 방향도 알려 준다. 초록 화살표
단위도 맞는다.
게다가 공식은 상식에도 맞는다. 물체가 빠를수록 속도 화살표가 길고, 화살표가 더 빠르게 돌아간다. 둘 다 가속도를 크게 하므로 공식에 속력의 제곱이 들어 있다. 반지름이 커지면 원이 펴지고 가속도는 작아진다. 반지름이 아주 크면 원의 일부는 거의 직선이고 가속도는 거의 0이다. 곧게 일정한 속력으로 달릴 때 그래야 하듯이 말이다.
속력을 v = ω · r로 바꾸면 공식의 두 번째 꼴이 나온다.
여기서 헷갈리기 쉽다. 첫 번째 꼴에서는 반지름이 분모에, 두 번째 꼴에서는 분자에 있다. 반지름이 커지면 가속도는 커질까, 작아질까? 둘 다 맞는다. 각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속력이 같으면 더 넓은 곡선 도로가 더 완만하고 가속도가 작다. 회전목마처럼 각속도가 같으면 가장자리의 목마가 중심 근처의 목마보다 속력이 크고, 따라서 가속도도 크다.
회전교차로의 4분의 1
회전교차로로 돌아가자. 자동차는 54 km/h, 즉 15 m/s로 달리고, 회전교차로의 4분의 1을 3 s 만에 돈다. 4분의 1 구간의 처음과 끝의 속도 화살표로 구한 평균 가속도는 중심 쪽으로 약 7.1 m/s2였다. 그렇다면 매 순간의 가속도는 얼마일까?
반지름이 필요하다. 3 s 동안 자동차는 15 m/s · 3 s = 45 m를 가고, 이것이 원의 둘레의 4분의 1이다.
이제 공식에 넣는다. 중간 결과를 반올림하지 않도록 반지름은 분수 그대로 두고, 분수로 나누는 것은 그 역수를 곱하는 것이다.
순간 가속도는 7.85 m/s2으로, 평균 7.1 m/s2보다 크다. 마른 아스팔트에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을 때와 비슷한 크기이므로, 이렇게 작은 회전교차로를 54 km/h로 도는 것은 정말 급한 회전이다. 가속도의 크기가 내내 같은데 왜 수가 다를까? 평균 가속도는 처음과 마지막 속도 화살표와 그 차만으로 구한다. 이 4분의 1 구간의 모든 속도 화살표를 한 점에서 그린다고 상상해 보자. 화살표의 끝점들은 반지름이 15 m/s인 원의 4분의 1을 그린다. 순간 가속도는 끝점이 이 호를 따라 얼마나 빠르게 나아가는지를 나타낸다. 평균 가속도는 처음과 마지막 끝점을 잇는 선분만 쓰는데, 이 선분은 호보다 짧다. 변위와 이동 거리도 이렇게 다르다. 곧은 길이 언제나 더 가깝다.
수로 확인할 수 있다. 호는 반지름이 15 m/s인 원의 둘레의 4분의 1이므로
첫째 수는 공식으로 구한 순간 가속도이고, 둘째 수는 평균 가속도이다. 회전교차로의 구간이 짧을수록 호와 선분이 더 많이 겹치고, 평균 가속도는 순간 가속도에 가까워진다.
곡선 도로를 도는 자동차
이번에는 자동차가 같은 54 km/h로 반지름이 50 m인 더 넓은 곡선 도로를 돈다. 가속도는 얼마일까? 아는 것을 적고, 속력은 곧바로 미터 매 초로 바꾼다.
공식에 대입한다.
회전교차로에 비하면 가속도가 거의 절반이다. 더 넓은 곡선 도로가 더 완만하다. 하지만 공식에서 제곱되는 속력에 주의하자. 자동차가 같은 곡선 도로에 2배 빠르게 들어가면 가속도는 4배인 18 m/s2이 되는데, 이런 가속도는 도로 위의 어떤 자동차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브레이크는 곡선 도로에 들어가기 전에 밟아야지, 들어가서 밟으면 늦다. 4.5 m/s2의 가속도도 결코 작지 않다. 힘껏 브레이크를 밟을 때와 비슷하다. 다만 옆쪽을 향할 뿐이다.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
지구는 태양에서 약 1.5 · 1011 m 떨어진 곳에서 약 30 km/s, 즉 3 · 104 m/s의 속력으로 태양 둘레를 돈다. 이 속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바퀴에 1년, 약 3.16 · 107 s가 걸리므로 다음과 같다.
지구의 궤도는 정확한 원은 아니지만 원에 매우 가까우므로 공식에 대입할 수 있다.
겨우 0.006 m/s2이다. 속도 화살표는 1초마다 고작 초속 6 mm씩 변하는데, 초속 30 km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초 동안 지구는 30 km를 날아가면서 직선에서 겨우
세탁기가 빨래를 탈수하는 이유
반지름이 0.25 m인 세탁기 통은 1,200 rpm으로 탈수할 때 각속도 40π rad/s로 돈다. 여기서는 공식의 두 번째 꼴이 쓸모 있다.
라디안은 그냥 수이므로 단위는 미터 매 초 제곱이 남는다. 이 가속도는 중력 가속도 g의 400배가 넘는다. 즉 400g가 넘는다. 통 벽의 속력 31.4 m/s와 공식
공식에서 각속도는 제곱된다. 800 rpm으로만 탈수하는 세탁기는 3분의 1만큼 느리게 돌지만, 가속도는 절반보다도 작다.
이것이 빨래에는 어떤 뜻일까? 물방울이 통과 함께 돌려면 쉬지 않고 방향을 틀어야 하고, 그것도 엄청난 가속도로 틀어야 한다. 양말은 통의 벽이 원 위에 붙잡아 두지만, 벽에는 구멍이 나 있다. 구멍 위에 온 물방울에게는 더 이상 방향을 틀게 해 줄 것이 없다. 물방울은 방향 틀기를 멈추고 접선을 따라 곧게 나아가 통 밖으로 나간다. 양말은 안에 남고 물은 밖으로 나간다. 무엇이 물체가 방향을 틀게 만드는지는 힘의 문제이다. 운동학은 그렇게 방향을 트는 데 가속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려 주었고, 세탁기에서는 그 값이 정말 크다.
이렇게 해서 운동을 나타냈지만, 그 원인은 아직 다루지 않았다. 물체가 왜 출발하고, 멈추고, 방향을 트는지는 힘으로 설명하며, 이 분야의 두 번째 부분은 힘 글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