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합성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어 올라가면 두 가지 운동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발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계단은 몸을 위로 실어 나른다. 강 위의 작은 배는 물에 대하여 나아가는 동안 물에 계속 떠밀려 간다. 이렇게 여러 운동을 한꺼번에 하는 물체의 운동은 각 운동을 합성해서 구한다. 합성한다는 것은 속도를 벡터로서, 즉 화살표로서 더한다는 뜻이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기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가 v2 = 0.5 m/s의 속력으로 올라가고, 그 위에서 v1 = 1 m/s의 속력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 속력은 계단에 대하여 잰 것으로, 보통 계단을 오를 때와 같은 빠르기이다. 역에 대해서는 더 빠르게 나아간다. 발밑의 계단이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두 화살표가 같은 쪽을 가리키므로 크기를 그냥 더하면 된다.
1초마다 계단을 따라 1 m를 걷고, 계단이 다시 0.5 m를 실어 준다. 에스컬레이터의 길이가 s = 30 m라면 위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같은 걸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자. 이제 두 화살표는 서로 반대쪽을 가리키므로 크기를 뺀다.
위에 도착하기는 하지만 30 m를 가는 데 다시 1분이 걸린다. 1초에 0.5 m씩만 걸었다면 제자리걸음을 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느리게 걸으면 에스컬레이터가 천천히, 하지만 어김없이 아래로 데려간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걷는 것일까? 맞는 답이 둘이다. 계단에 대해서는 1 m/s, 역에 대해서는 1.5 m/s 또는 0.5 m/s이다. 답은 기준계, 즉 운동을 무엇에 대하여 나타내는지에 달려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두 화살표가 한 직선 위에 있으므로 크기를 더하거나 빼기만 하면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두 운동이 저마다 다른 쪽을 향할 때이다.
강을 건너는 배
강의 폭은 d = 60 m이고, 강물은 v2 = 1 m/s의 속력으로 흐른다. 흐르지 않는 물에서 v1 = 2 m/s의 속력으로 나아가는 작은 배가 강가를 떠난다. 사공은 뱃머리를 맞은편 강가에 수직으로 돌리고 내내 그렇게 유지한다. 배는 출발한 곳의 바로 맞은편에 닿을까? 조건을 적는다.
닿지 못한다. 배가 강을 가로지르는 동안 배 밑의 물이 흐르면서 배를 함께 실어 간다. 뱃머리는 줄곧 강가에 수직인 쪽을 향하지만 배는 비스듬히 미끄러져 가서 조금 더 하류 쪽에 닿는다. 애니메이션에서 잘 보이듯이 배는 뱃머리가 가리키는 쪽으로 가지 않는다. 뱃머리는 배가 물에 대하여 나아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강물은 배를 몇 미터나 떠내려 보낼까?
운동은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계산의 열쇠는 운동의 독립성이다. 물체가 여러 운동을 동시에 할 때, 각 운동은 다른 운동이 없는 것처럼 일어난다. 물체는 운동들이 하나씩 차례로 일어났을 때와 같은 곳에 이른다.
배로 두 단계에 나누어 생각해 보자. 먼저 물이 멈춰 있고 사공이 30초 동안 노를 젓는다고 상상한다. 배는 곧게 강을 가로질러 바로 맞은편에서 멈춘다. 그다음 노 젓기를 멈추고 30초 동안 강물에 떠내려가게 두면, 강물이 배를 강가를 따라 옮긴다. 배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때 닿는 곳과 똑같은 곳에 이른다. 실제로는 두 운동이 동시에 일어나므로 배는 비스듬히 나아가지만,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늦추지 않는다.
배라면 이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배는 물에 대해서는 연못에서와 똑같이 수직으로 가로지른다. 강물은 에스컬레이터가 계단과 사람을 함께 옮기듯이 그 물 전체를 배와 함께 하류로 옮길 뿐이다. 그래서 배를 강 건너편으로 미는 것은 배 자신의 속력 2 m/s뿐이다. 강물은 강가를 따라 흐르므로 강을 건너는 것을 돕지도 막지도 않는다. 따라서 강을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강의 폭과 가로지르는 속력에만 달려 있다.
이 30초 내내 강물은 배를 1 m/s의 속력으로 떠내려 보낸다. 배가 하류 쪽으로 밀려나 닿은 거리를 떠내려간 거리라고 한다.
배는 바로 맞은편에서 하류 쪽으로 30 m 떨어진 곳에 닿는다. 강을 2 m 가로지를 때마다 강물이 배를 강가를 따라 1 m씩 옮기므로 배의 자취는 직선이다. 강물이 2배 빠르게 흐른다면 배는 역시 30초 뒤에 맞은편 강가에 닿지만, 목표에서 60 m 떨어진 곳이다.
배는 강가에 대하여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까? 합성 속도는 벡터의 합이다.
두 화살표를 한 점에서 그리고 평행사변형을 완성하면 합성 속도는 그 대각선이다. 두 화살표가 서로 수직이므로 여기서 평행사변형은 그림의 왼쪽처럼 직사각형이다. 합성 속도의 크기는 피타고라스 정리로 구한다.
강가에 대해서는 배가 흐르지 않는 물에서보다 빠르지만, 늘어난 속력은 배를 원하지 않는 쪽으로 데려간다. 속력을 보통의 수처럼 2 m/s + 1 m/s = 3 m/s로 더하면 틀린다. 이렇게 더할 수 있는 것은 에스컬레이터에서처럼 같은 쪽을 가리키는 화살표뿐이다.
결과는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는 30 s 동안 속력
맞는다. 배는 30초 만에 강을 건너고, 그동안 강가에 대하여 약 2.24 m/s로 움직이며, 30 m 하류에 닿는다.
바로 맞은편에 닿으려면
사공이 바로 맞은편에 닿으려면 배를 상류 쪽으로 비스듬히 돌려야 한다. 그러면 배의 속도 일부는 강물을 이겨 내고, 나머지가 배를 강 건너편으로 민다. 합성 속도
오른쪽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 초록 화살표, 위쪽의 점선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을 찾아보자. 점선은 평행사변형의 맞은편 변이므로 강물의 화살표와 길이가 같고 평행하다. 그래서 아래쪽의 강물 화살표와 마찬가지로 초록 화살표와 직각을 이룬다. 빗변은 배의 속력 v1이고, 각 α의 맞은편에는 강물의 속력 v2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다.
사인값이 2분의 1인 각은 30°이다. 사공은 배를 강가에 수직인 방향에서 상류 쪽으로 30° 돌려야 한다.
배의 속도를 서로 수직인 두 성분으로 분해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한 성분은 상류 쪽을 향하고 크기가 v1 · sin α이며, 다른 성분은 강을 가로지르는 쪽을 향하고 크기가 v1 · cos α이다. 배가 바로 맞은편으로 가려면 상류 쪽 성분이 강물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므로 v1 · sin α = v2가 성립해야 한다. 양변을 속력 v1로 나누면 다시
강을 가로지르는 속력은 직각을 낀 다른 한 변이므로 피타고라스 정리로 구한다.
v1 · cos α = 2 m/s · cos 30°로 구해도 같다. 여기서 운동의 독립성이 다시 쓸모가 있다. 강을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가로지르는 속력으로만 정해지는데, 이 속력이 앞에서보다 작으므로 더 오래 걸린다.
곧은 길이 더 짧은데도 거의 5초 더 걸린다. 강을 헤엄쳐 건너는 사람처럼 되도록 빨리 맞은편에 닿고 싶다면 수직으로 향하고 떠내려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맞은편 부두에 닿고 싶다면 상류 쪽으로 몸을 돌리고 더 오래 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옆바람 속을 나는 조종사도 같은 방법을 안다. 비행기는 땅에 대하여 곧장 목적지로 가도록 기수를 조금 바람 쪽으로 돌리고 난다. 그래서 강한 옆바람 속에서 착륙할 때는 활주로에 옆으로 비스듬히 다가가다가 땅에 닿기 직전에야 방향을 바로잡는다.
함정이 하나 더 있다. 강물이 배보다 빠르면 사인값이 1보다 크게 나오는데, 그런 각은 없다. 강물과 배의 빠르기가 같다면 배는 곧장 상류 쪽을 향해야 하고, 강을 가로지르는 쪽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어느 쪽을 향하든 강물은 배를 늘 떠내려 보낼 것이다. 강물이 배보다 조금만 느려도 사공은 거의 상류 쪽을 향해야 하고, 강을 가로지르는 속력은 달팽이 걸음만큼 느리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본 비스듬한 빗방울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바람은 불지 않으므로 빗방울은 연직으로 떨어지고, 큰 빗방울은 약 9 m/s로 떨어진다. 자동차가 서 있을 때는 창밖으로 세로줄이 보인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옆 창밖의 빗방울은 비스듬히 뒤쪽으로 날아가고, 빨리 달릴수록 더 많이 기운다.
이것을 자동차에 고정된 기준계에서 나타내 보자. 자동차에 대해서는 나무, 집, 빗방울까지 모든 풍경이 뒤로 미끄러져 간다. 그러니 빗방울 하나하나는 두 운동을 한다. 9 m/s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동시에 자동차의 속력으로 뒤로 움직인다. 합성 속도는 두 속도의 벡터 합이고, 비스듬히 아래 뒤쪽을 향한다.
자동차도 9 m/s, 즉 약 32 km/h로 달리면 두 화살표는 길이가 같고 서로 수직이다. 합성 속도는 정사각형의 대각선이므로 빗방울은 45°의 각으로 떨어진다. 고속도로에서는 수평 화살표가 연직 화살표보다 몇 배나 길어서 빗방울이 거의 수평으로 날아간다.
이 생각을 거꾸로 할 수도 있다. 32 km/h로 달릴 때 빗방울 자국이 45° 기울어져 보인다면, 빗방울은 자동차와 같은 빠르기로 떨어지는 것이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속도계와 자국의 기울기만으로 빗방울의 속력을 어림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달리면 앞 유리에는 빗물이 가장 많이 쏟아지지만 뒤 유리에는 빗방울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비 오는 날 뛰는 사람은 누구나 우산을 앞으로 기울인다. 뛰는 사람의 기준계에서는 빗방울이 앞쪽에서 비스듬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은 우산을 똑바로 든다. 빗방울이 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앞 유리에 부딪히는 속력도 합성된다. 32 km/h에서는 한 변이 9 m/s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이므로
여기서 배, 자동차, 빗방울은 직선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회전목마의 목마나 시곗바늘의 끝은 빙빙 돈다. 원을 따라 도는 운동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주기, 진동수, 라디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회전목마의 가장자리가 중심 근처보다 빠르게 움직이는지는 다음 글 등속 원운동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