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무게
“내 몸무게는 70킬로야.” 민준이 말한다. 모두 무슨 뜻인지 알지만, 물리학자라면 눈썹을 치켜올릴 것이다. 킬로그램은 힘이 아니라 질량의 단위이고, 민준이 체중계 위에 서 있을 때 체중계를 누르는 힘은 뉴턴으로 잰다. 집 바닥에서라면 말꼬리 잡기에 지나지 않지만, 엘리베이터나 달에서는 그렇지 않다.
질량과 중력
질량 m은 물체가 속도 변화에 얼마나 저항하는지를 나타낸다. 킬로그램으로 재고, 물체가 어디에 있든 변하지 않는다. 민준의 질량은 집에서도, 비행기에서도, 달에서도 70 kg이다.
중력
여기서
민준에게 작용하는 중력은 다음과 같다.
달의 중력 가속도는 약 1.62 m/s2으로 대략 6분의 1이다. 그래서 달은 민준을 다음 힘으로 끌어당긴다.
중력은 6분의 1로 줄었지만 질량은 70 kg 그대로이다. 달에서 민준은 훨씬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겠지만, 짐을 실은 카트를 밀거나 멈추려 하면 집에서와 똑같이 힘을 주어야 한다. 가속도 법칙에 따르면 속도를 바꾸는 데 필요한 힘은 질량이 정하고, 질량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에서 바위를 차도 여전히 똑같이 아플 것이다.
수직 항력과 무게
민준이 집에서 체중계 위에 서 있다. 지구가 민준을 아래로 당기는데도 민준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체중계가 수직 항력
수직 항력은 어디에서 생길까? 바닥과 체중계의 판은 민준의 무게에 눌려 용수철처럼 아주 조금 휘고,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려 한다. 더 세게 누를수록 더 많이 휘고, 더 세게 되민다. 그래서 바닥면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다만 어느 한계까지만이다. 연못의 얇은 얼음이나 썩은 판자는 견디지 못한다.
수직 항력은 민준에게 작용한다. 작용 반작용 법칙에 따라 민준은 같은 크기의 힘으로 체중계를 아래로 누른다. 물체가 바닥면을 누르거나 매달린 줄을 당기는 힘을 무게라고 한다. 중력과 무게는 정지해 있을 때 크기가 같고 둘 다 아래쪽을 향하므로 헷갈리기 쉽다. 차이는 무엇에 작용하는가에 있다.
- 중력은 물체에 작용하며, 지구가 물체를 당긴다,
- 무게는 바닥면이나 줄에 작용하며, 물체가 그것을 누르거나 당긴다.
매달려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옷걸이에 걸린 질량 8 kg인 배낭은 지구가 약 78 N의 중력으로 당기고, 고리가 같은 크기의 힘으로 배낭을 위로 붙잡는다. 이때 배낭은 자기 무게, 역시 78 N으로 고리를 아래로 당긴다.
무게는 언제나 바닥면이나 줄이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크기가 같다. 두 힘이 작용과 반작용의 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력과 같을 필요는 없다. 그 경우를 곧 살펴본다.
덧붙이자면 중력은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 중력은 팔, 위, 머리 등 몸의 모든 부분을 똑같이 당기므로 그것을 알아챌 방법이 없다. 몸이 느끼는 것은 바닥이나 의자가 아래에서 미는 힘, 그리고 그 힘에 눌려 몸이 조금 짓눌리는 것이다. 흔히 내 몸무게라고 느끼는 감각에 해당하는 것은 수직 항력이다.
욕실 체중계는 무엇을 보여 줄까
체중계 안에는 짐을 올리면 휘는 용수철이나 탄성 있는 금속 띠가 들어 있다. 그러니 체중계는 몸이 누르는 힘, 즉 무게를 재는 것이고, 사실상 용수철저울이다. 그런데 화면에는 뉴턴이 아니라 킬로그램이 나온다. 제조사는 지구 위에서 체중계에 가만히 서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면 체중계를 누르는 힘은 m · g이다. 그래서 잰 힘을 중력 가속도로 나눈다.
그러니 민준이 “몸무게가 70킬로”라고 할 때는 질량을 말하는 것이고, 질량은 정말로 70 kg이다. 물리학적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질량이 70 kg이고 무게가 687 N이다. 집에서는 어느 쪽이든 결과가 같다. 체중계가 늘 같은 수로 한쪽을 다른 쪽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민준이 같은 체중계를 달에 가지고 간다면 겨우 113 N의 힘으로 누를 것이다. 체중계는 착실하게 9.81 m/s2으로 나누어 다음 값을 보여 줄 것이다.
민준은 1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체중계는 지구 위에 서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할 뿐이다. 그러니 달에서 질량이 11.6 kg이라고 쓰면 틀린다. 달에서 질량을 바르게 재는 것은 물체를 추와 비교하는 양팔 저울뿐이다. 달은 두 접시를 똑같이 약하게 당기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의 체중계
민준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체중계 위에 서서 위로 올라간다. 민준에게는 아래쪽의 중력과 위쪽의 체중계의 수직 항력이 작용한다. 위쪽을 양의 방향으로 잡으면 알짜힘은 N − W이고, 가속도 법칙에 따라 m · a와 같다.
m · g를 더하고 질량으로 묶는다.
엘리베이터가 출발하면서 위쪽으로 2 m/s2의 가속도를 가진다. 꽤 날쌘 엘리베이터이다. 보통 엘리베이터는 타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그 절반 정도의 가속도로 출발한다. 값을 대입한다.
체중계는 이 힘을 9.81 m/s2으로 나누어 약 84 kg을 보여 준다. 화면에서 민준은 14 kg이 늘었다. 실제로 체중계는 민준을 받치는 것뿐 아니라 위쪽으로 밀어 올리기까지 해야 하므로 더 세게 민다. 이렇게 세진 힘을 민준은 다리에서 늘어난 무게로 느낀다. 중력은 변하지 않았다. 지구는 여전히 687 N의 힘으로 민준을 당긴다.
엘리베이터가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면 가속도는 0이고 N = m · g이다. 체중계는 다시 70 kg을 보여 주고, 민준은 눈을 감으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지 서 있는지 알 수 없다. 속도는 느끼지 못하고 가속도만 느낀다.
목표한 층에 닿기 전에 엘리베이터는 브레이크를 건다. 속도는 위쪽을 향하지만 줄어들므로 가속도는 아래쪽을 향하고 a = −2 m/s2이다.
체중계는 약 56 kg을 보여 주고, 민준은 잠깐 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는다.
애니메이션에서 엘리베이터는 잠시 서 있다가 위로 출발하고, 일정한 속력으로 올라가다가 브레이크를 걸어 멈춘다. 파란 중력은 내내 길이가 같다. 초록 수직 항력과 체중계의 눈금을 나타내는 오른쪽의 초록 막대는 출발할 때 길어지고 브레이크를 걸 때 짧아진다. 엘리베이터 옆의 검은 화살표는 가속도의 방향을 나타낸다. 회색 점선은 정지했을 때의 눈금이고, 막대 위의 화면은 눈금을 킬로그램으로 보여 준다.
내려갈 때는 반대이다. 아래로 출발할 때는 가속도가 아래쪽을 향하므로 체중계의 눈금이 작아지고, 1층에 닿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 때는 가속도가 위쪽을 향하므로 눈금이 커진다. 움직이는 방향이 아니라 가속도의 방향이 결과를 정한다.
| 엘리베이터 | 가속도 | 체중계의 눈금 |
|---|---|---|
| 위로 출발 | 위쪽 | 84 kg |
| 일정한 속력 | 0 | 70 kg |
| 올라가다 브레이크 | 아래쪽 | 56 kg |
| 아래로 출발 | 아래쪽 | 56 kg |
| 내려가다 브레이크 | 위쪽 | 84 kg |
거꾸로 계산할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 안의 체중계가 77 kg을 보여 준다면 엘리베이터의 가속도는 얼마일까? 체중계는 힘 N = 77 kg · 9.81 m/s2을 쟀다. 수직 항력의 공식에서 가속도를 나타낸다. 식을 질량으로 나누고 g를 뺀다.
엘리베이터의 가속도는 위쪽으로 약 0.98 m/s2이다. 위로 출발하는 중인지, 내려가다 브레이크를 거는 중인지는 체중계로 구별할 수 없다.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와 무중력 상태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실제 엘리베이터는 가이드 레일을 꽉 무는 비상 정지 장치가 멈추게 하겠지만, 끝까지 생각해 보자. 엘리베이터와 민준은 자유 낙하와 똑같이 중력만 받아 떨어지고, 아래쪽으로 가속도 g, 즉 a = −g를 가진다.
체중계는 0을 보여 준다. 민준과 체중계는 똑같이 떨어지므로 민준은 체중계를 전혀 누르지 않고, 체중계도 민준을 밀지 않는다. 민준이 손에서 열쇠를 놓으면 열쇠는 민준 옆의 공중에 떠 있을 것이다. 열쇠도 민준, 엘리베이터와 똑같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무중력 상태라고 한다. 무게가 0이므로 바닥면을 누르거나 줄을 당기는 것이 없다.
하지만 중력은 0이 아니다. 지구는 여전히 687 N의 힘으로 민준을 당기고, 그래서 민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는 중력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아래에서 그것을 받쳐 주는 것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특수한 비행기를 타면 무중력 상태를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 비행기는 약 20초 동안 아래쪽으로 가속도 g를 가지도록 난다. 그동안 안에 탄 사람들은 둥둥 떠다닌다. 같은 것을 약하게 겪어 보려면 언덕 꼭대기를 빠르게 넘는 자동차를 타면 된다. 잠깐 동안 자동차의 가속도가 아래쪽을 향하므로 좌석이 덜 밀고, 속이 울렁거린다.
힘으로 나타낸 G
G는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바닥면이 몇 배로 세게 미는지를 나타낸다. 이제 이것을 힘으로 쓸 수 있다. G는 수직 항력과 중력의 비이다.
질량이 약분되었으므로 G는 질량과 관계없다.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무거운 사람과 가벼운 사람은 같은 G를 겪는다. 위로 출발할 때는 다음과 같다.
즉 1.2g이다. 브레이크를 걸 때는 0.8g,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력일 때는 1g,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는 0g이다. 그러니 G는 체중계의 눈금을 정지했을 때의 눈금으로 나눈 것과 같다. 84 kg 대 70 kg도 역시 1.2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작용하는 힘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충돌하거나 공을 찰 때처럼 힘이 아주 짧은 순간만 작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다음 글 운동량과 충격량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