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낙하
열쇠와 종이 한 장을 손에서 동시에 놓아 보자. 열쇠는 거의 곧바로 바닥에 부딪혀 짤랑 소리를 내지만, 종이는 한동안 공중에서 하늘거린다. 그렇다면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질까?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 거의 2,000년 동안 대부분의 학자가 그렇게 생각했다.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차이를 만드는 것은 공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공기가 없다면 돌도, 망치도, 새의 깃털도 똑같이 빠르게 떨어질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갈릴레이는 이것을 증명하려고 학생들 앞에서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두 공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멋진 이야기이지만 그의 제자이자 전기 작가를 통해서야 알려졌고, 역사학자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의심한다. 사실 갈릴레이는 더 끈기 있는 실험으로 이것을 알아냈는데, 이 실험은 뒤에서 살펴본다.
달에서 떨어뜨린 망치와 깃털
지구에서는 이것을 보여 주기 어렵다. 공기가 주위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에는 공기가 없다. 1971년 아폴로 15호의 우주 비행사 데이비드 스콧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지질 조사용 망치와 매의 깃털을 같은 높이에서 놓았다. 깃털은 우연히 고른 것이 아니었다. 이 탐사의 착륙선 이름이 팰컨(Falcon), 즉 매였다. 두 물체는 똑같이 빠르게 떨어져 같은 순간에 먼지 위에 닿았다. 스콧은 갈릴레이 선생이 옳았다고 덤덤하게 덧붙였다.
왼쪽은 달, 오른쪽은 비교를 위한 공기가 있는 지구이다.
정지 상태에서 놓은 물체가 공기 저항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지구(또는 달)가 끌어당기기 때문에 떨어지는 운동을 자유 낙하라고 한다. 달에서는 깃털도 망치도 자유 낙하를 한다. 지구에서는 떨어지는 돌, 열쇠, 사과가 적어도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자유 낙하에 매우 가깝다. 깃털이나 종이는 자유 낙하를 하지 않는다. 공기가 너무 많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속도 g로 떨어진다
갈릴레이는 한 가지를 더 발견했다. 떨어지는 물체의 속력은 고르게, 즉 1초마다 같은 만큼씩 늘어난다. 그러니 자유 낙하는 정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등가속도 직선 운동이다. 그 가속도는 한 장소에서 모든 물체에 대해 같으며, 중력 가속도라고 하고 g로 나타낸다. 이상하게 들린다. 망치는 깃털보다 훨씬 무겁지 않은가. 지구는 망치를 더 세게 끌어당기지만, 망치는 움직이기 시작하는 데에도 그만큼 더 크게 버티므로 이 둘이 정확히 상쇄된다. 그 이유는 힘을 다룰 때 알 수 있다. 지표면 근처에서는 다음과 같다.
자유 낙하하는 돌은 1초마다 속력이 9.81 m/s씩 커진다. 정확한 값은 장소에 따라 조금 다르다. 적도에서는 중력 가속도가 약 9.78 m/s2, 극지방에서는 9.83 m/s2이다. 암산으로 어림할 때는 10 m/s2으로 충분하다. 달에서는 약 6분의 1이므로 스콧의 망치와 깃털은 지구에서 떨어지는 돌보다 눈에 띄게 천천히 떨어졌다.
물체는 연직선을 따라 떨어지므로 아래쪽을 양의 방향으로 잡는다. 그러면 가속도와 속도가 모두 양수로 나온다. 등가속도 직선 운동의 공식 v = v0 + a · t와
시간 t는 물체를 놓은 순간부터 재고, v는 그 순간의 속력, h는 그동안 물체가 떨어진 높이이다. 첫 1초 동안 돌은 속력이 9.81 m/s가 되고 4.9 m 떨어진다. 2초 뒤에는 속력이 19.6 m/s이고 19.6 m 떨어졌으며, 3초 뒤에는 속력이 29.4 m/s이고 놓은 곳보다 벌써 44.1 m 아래에 있다.
높이를 속력 곱하기 시간으로 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돌이 19.6 m/s가 되는 것은 2초가 끝날 때이고 그 전에는 더 느리게 떨어졌으므로, 그렇게 구하면 결과가 2배로 커진다. 공식에 2분의 1이 들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같은 시간 간격으로 남긴 자국
그림에서 구슬은 잘 보이도록 느린 화면으로 떨어지고, 같은 시간, 예를 들어 0.1초마다 주황색 자국을 남긴다. 구슬은 순간마다 더 빨라지므로 자국 사이의 간격은 점점 벌어진다. 시간 1칸 동안 구슬은 거리 1칸만큼, 시간 2칸 동안 22 = 4칸, 3칸 동안 32 = 9칸, 4칸 동안 42 = 16칸 떨어진다. 그러면 자국 사이의 간격은 1, 4 − 1 = 3, 9 − 4 = 5, 16 − 9 = 7칸이다. 이웃한 제곱수의 차는 홀수이다.
자유 낙하는 그 시대의 시계로 재기에는 너무 빨랐다. 그래서 갈릴레이는 모든 일이 더 천천히 일어나는 완만하게 기울어진 홈통에 구슬을 굴렸다. 그리고 이 홀수의 비 1 : 3 : 5 : 7을 찾아냈다.
우물의 깊이는?
시골집에 오래된 우물이 있는데, 수면이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지 알고 싶다. 우물에 돌을 떨어뜨리고 스톱워치로 재어 보니 2 s 뒤에 물소리가 났다. 먼저 낙하에 대해 아는 것을 적는다.
돌은 정지 상태에서 떨어지므로 곧바로 높이의 공식에 대입한다.
초 제곱은 약분되고 미터가 남는다. 수면은 우물 가장자리보다 약 19.6 m 아래에 있으니 꽤 깊다. 빠르게 확인하려면 반올림한
물소리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했다. 소리는 20 m를 약 0.06초에 가므로 2초에 비하면 거의 영향이 없다. 공기 저항도 20 m에서는 돌을 크게 늦추지 못한다.
그래프에서 돌의 속력은 1초마다 9.81 m/s씩 올라가는 직선이다. 그 기울기가 중력 가속도 g이다. 이동 거리는 그래프 아래의 넓이로, 여기서는 직각을 낀 두 변이 2 s와 19.6 m/s인 빨간 삼각형이다. 그 넓이는
10 m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기
다이빙의 가장 높은 플랫폼은 수면에서 10 m 위에 있다. 다이빙 선수는 얼마 동안 떨어지고, 어떤 속력으로 물에 닿을까? 실제로는 플랫폼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회전하지만, 간단히 돌처럼 정지 상태에서 떨어진다고 하자.
이번에는 높이를 알고 시간을 구하므로 높이의 공식에서 시간을 나타내야 한다. 먼저 양변에 2를 곱해 분수를 없앤다. 그다음 양변을 중력 가속도로 나누면 우변에는 시간의 제곱만 남는다.
지금은 시간의 제곱을 얻었지만 필요한 것은 시간 자체이다. 양변의 제곱근을 구하면 된다. 놓은 뒤의 시간은 양수이므로 음수인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다.
값을 대입한다.
미터는 약분되고 초 제곱은 분모에서 분자로 옮겨 간다. 그 제곱근이 초이다. 물에 닿을 때의 속력은 속력의 공식으로 구한다.
다이빙 선수는 1.5초가 조금 안 되게 떨어지고, 약 14 m/s, 즉 약 50 km/h의 속력으로 물에 닿는다.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만큼 빠르다.
물에 닿을 때의 속력은 시간 없이도 구할 수 있다. 관계식
함정에 주의하자. 높이가 2배여도 다이빙 선수가 2배 오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식에서 높이는 제곱근 안에 있으므로 20 m에서는 약 2.02 s만 떨어진다. 우물과도 맞아떨어진다. 돌은 2초 동안 20 m가 조금 안 되게 떨어졌다.
같은 공식으로 재미있는 실험도 할 수 있다. 친구가 자를 세로로 들고, 나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자의 아래쪽 끝 양옆에 둔다. 친구가 예고 없이 자를 놓으면 되도록 빨리 잡는다. 자가 20 cm 떨어진 뒤에 잡았다면 자는
공기 저항과 스카이다이버
공기가 없다면 스카이다이버는 15초 동안 떨어진 뒤 속력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직후에는 스카이다이버가 느리고 공기 저항이 작아서 거의 자유 낙하를 한다. 그런데 속력이 커지면 저항이 세지고, 속력은 점점 더디게 늘어나다가 마침내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그 뒤로 스카이다이버는 일정한 속력으로 떨어지는데, 이 속력을 종단 속도라고 한다. 배를 아래로 하고 팔다리를 넓게 벌리면 약 200 km/h에 이른다. 낙하산을 펴면 저항이 갑자기 커지고 속력은 초속 몇 m로 줄어들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비가 올 때도 공기는 쓸모가 있다. 높이 2 km의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공기 저항이 없다면
깃털이나 종이는 종단 속도가 매우 작고 거의 곧바로 그 속력에 이르므로 그렇게 천천히 내려앉는다. 모양과 질량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동역학에서 알 수 있다. 우물에 떨어뜨린 돌이나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선수는 속력이 기껏해야 시속 70 km 안팎이고, 이 정도에서는 공기 저항이 아직 작으므로 자유 낙하의 공식이 잘 맞는다.
자유 낙하 계산기
떨어진 시간을 입력하면 계산기가 물체가 어떤 높이에서 떨어졌고 어떤 속력으로 땅에 닿았는지 알려 준다. g = 9.81 m/s2으로 계산하고 공기 저항은 생각하지 않는다.
거꾸로 높이를 입력하면 계산기가 물체가 얼마 동안 떨어지고 어떤 속력으로 땅에 닿는지 구한다.
떨어지는 돌은 연직 아래쪽으로 한 가지 운동만 한다. 하지만 물체가 여러 운동을 한꺼번에 하는 경우도 많다. 맞은편 강가를 향하는 작은 배는 강물에 떠내려가고, 연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달리는 자동차에서 보면 비스듬히 날아온다. 배가 어디에 닿는지,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닿으려면 어느 쪽을 향해야 하는지는 다음 글 운동의 합성에서 계산한다.